네덜란드 신경학자 “중독은 병 아냐” 주장

[사진=Pixel-Shot/shutterstock]
중독은 병일까? 무언가에 빠져 탐닉하고 의존하는 현상을 ‘중독’이라 하는데, 학계의 일반적 합의에 따르면 중독은 병이다. 그런데 네덜란드의 저명한 한 신경과학자는 병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교 신경과학과 마르크 루이스 교수는 중독은 병이 아니라 문화, 사회, 심리, 생물학적인 현상이 복잡하게 뒤얽힌 결과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 널리 알려진 이론에 의하면 중독은 ‘만성 뇌 질환’이다. 치유가 불가능해 평생 억제하고 참는 것으로 중독을 이겨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루이스 교수는 중독에 관한 최소한의 과학적 합의에는 동의하고 있다. 알코올과 약물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실질적으로 뇌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내용이다. 뇌의 중앙에 있는 선조체가 다른 부위로 연결되는 시냅스 회로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난다.

미국국립약물오남용연구소(NIDA)는 이런 신경생물학적인 변화가 중독을 뇌 질환으로 볼 수 있는 근거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루이스 교수는 중독은 선조체의 이상 소견이라기보다는, 더 강력한 시냅스 경로가 구축되면 사라지는 현상이라고 보았다.

루이스 교수는 미국의학협회(AMA)가 1956년에는 알코올을, 2013년에는 비만을 중독으로 분류했지만, 사랑이나 종교는 여전히 중독으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랑도 중독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 새로운 관심 대상이 생겼을 때 사랑이 끊기는 것처럼 다른 중독 역시 끊어낼 수 있다고도 보았다.

루이스 교수에 의하면 도박, 섹스, 게임, 언어나 악기 학습처럼 목표 지향적인 활동이나 사랑, 종교처럼 강력한 가치 지향적인 활동이 중독성을 가진다고 보았다. 돈을 버는 것도 중독과 연관이 있다고 보았다. 루이스 교수는 “비지니스나 정치에서 강력한 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선조체의 도파민 대사가 높다”며 “이는 목표 지향적인 활동에 중독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코올과 약물 중독에 관한 지난 연구에 의하면 금욕을 하는 6개월에서 1년 사이 새로운 시냅스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사용 빈도가 줄어든 예전 경로는 비활성화되고 새로운 경로가 활성화된다는 것인데, 루이스 교수는 이런 내용이 중독은 만성 뇌 질환이 아니라는 하나의 근거라고 설명했다.

루이스 교수는 중독을 질병으로 정의해야 건강보험 활용도가 높아지고, 연구 기금의 조성이 수월해진다는 점에서 NIDA가 중독을 뇌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뇌 신경 과학 분야의 발달로 중독이 질병으로 단순 정의되고 있지만, 실은 문화적, 사회적, 심리적,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복합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복잡한 현상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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