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돼지 췌도 이식 임상 시험, WHO 기준 충족”

[바이오워치]

[사진=Dusan Petkovic/shutterstock]
돼지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해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한 국내 연구진의 세계 첫 임상 시험이 국제 전문가 심의를 통해 국제 가이드라인을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구진은 이르면 내년(2019년) 초 임상을 실시할 계획이지만, 실제 임상이 이뤄지려면 국내 법적인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대학교 의과 대학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16일 이종 이식 임상 시험에 대한 국제 전문가 심의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심의회는 세계이종이식학회 및 세계이식학회 윤리위원회 소속 7인의 석학들로 구성됐다.

무균 돼지의 췌도와 각막을 사람에 이식하는 사업단의 임상 시험 계획을 심의한 결과, 국제 전문가들은 윤리적·과학적으로 국제 기준에 준하다고 결론 내렸다.

리처드 피어슨 하버드 의과 대학 교수(세계이종이식학회 윤리위원장)는 “사업단이 지금까지 이룩한 과학적 성과와 임상 시험에 수반되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종 이식 임상 시험의 안전한 수행을 위해 필요한 기본 요구사항들을 모두 충족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사업단의 임상 시험 계획은 ▲ 독립적이고 실효성 있으며 충분한 정보에 입각한 감독 ▲ 임상 시험 수행 및 결과의 투명성 보장 ▲ 승인된 임상 시험 계획서를 준수할 책임 ▲ 규제 기관에 대한 체계적인 보고 및 필요할 경우 WHO 통보 시스템 등을 통한 유해 사건의 보고 ▲ 윤리적이고 과학적인 임상시험 설계 등의 기본 요구 사항을 충족했다고 평가됐다.

사업단은 심의회 결과를 토대로 임상 시험 계획을 수정·보안한 뒤 이르면 내년 1월 임상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사업단이 추진하고 있는 이종 이식은 무균 미니 돼지의 췌도를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해 당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다. 췌도 이식은 다른 고형 장기 이식과 달리 뇌사자 이식이 유일한 탓에 돼지 췌도 이식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도 이종 이식 임상 시험이 1997년 스웨덴과 2005년 중국에서 두 차례 시도된 적 있으나, 과학적·윤리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실시됐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종 이식 연구가 안전하고 투명하게 시행되도록 국제 가이드라인을 2008년 제정했다. 사업단의 임상 이식은 WHO 가이드라인에 맞게 진행되는 세계 첫 임상 시험이다.

문제는 WHO 가이드라인에 맞는 임상 시험을 진행하기 위한 법적인 근거가 국내에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상 시험 자체는 현재 제도 하에서도 가능하지만, 장기 추적 관찰 등 국제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조건에 대해서는 법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사업단이 수차례 간담회와 공청회를 통해 방법을 모색했지만, 아직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이에 대해 리처드 피어슨 교수는 “한국의 이종 이식과 관련된 법규와 정부 감독 부재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권고했다.

박정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은 “국내 임상 시험 실시를 위한 심의회에 국제적인 전문가가 7명이나 참석한 것은 이례적으로, 이는 세계 의학계에서 사업단의 연구 성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 유관 부처도 관심을 갖고 임상 시험을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새임 기자 j.saeim09@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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