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 ‘동네 약국’ 뜰까?

[사진=Atstock Productions/shutterstock]
미래에 약국은 없어질까? 아니면 더 중요해질까?

2017년 한국고용정보원의 ‘기술 변화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인공지능·로봇 등 스마트 기술에 의해 직업 대체 효과를 가장 심하게 겪을 분야는 의약 계열로 나타났다. 전체 졸업생의 51.7%가 기술 대체로 인한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약학계 역시 크게 부정하지는 않는다. 지난 강서구약사회 역시 미래에 인공지능(AI)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며 약사도 대체가 쉬운 업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이를 대비해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다져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가까운 미래 혹은 현재인 초고령화 시대에서 약국의 역할을 확장하는 것 또한 그중 하나다. 특히 ‘동네 약국’은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초고령화 시대에서 약사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측도 나온다.

약사들은 지역 약국의 역할이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복약 지도, 조제, 질병 관리 및 건강 상담이다. 현재 지역 약국에서 충분히 제공되고 있지 않은 서비스로 약물 요법의 지속적 모니터링과 약물 위해성 및 부작용 상담을 꼽았다. 약을 타간 환자가 약을 먹으면서 정말 약효를 보고 있는지,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제도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현재는 환자가 자발적으로 찾아오면 상담해주는 수준이다.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절대적 시간 부족”이 압도적(78.9%)이었다. 뒤이어 “환자 상담에 적합한 공간이 부족하다”(38.2%)거나 “경제적 이익의 취약성”(31.6%), 즉 수가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더 강화되어야 할 서비스로는 환자의 이력 관리나 복약 상담, 약물 요법의 지속적 모니터링 등이 있었다.

중요하지만 충분히 제공되고 있지 않은 약국 서비스로 꼽힌 복약 지도 및 지속적 모니터링의 중요성은 복약 불순응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미국의 경우, 전체 입원의 10%가 복약 불순응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제때 약을 먹지 않았거나, 임의로 복용해 문제가 발생해 입원한다는 말이다. 미국 전체 의료비의 3~10%가 복약 불순응으로 지출되고 있으며, 약국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된다면 불필요한 지출이다.

선진국의 약국 변화

16일 국회에서 열린 ‘초고령화 시대의 약국·약사의 역할’ 정책 토론회에서는 선진국의 약국이 변화하고 확장하고 있다며 참고할 점을 제시했다. 단지 조제와 복용 상담에 그치지 않고, 병원과 연계해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약국 시스템의 사례가 눈에 띄었다.

독일은 ‘가족 약국’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한 가족이 사용하는 모든 약을 약국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약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정보 및 조언도 함께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약물 치료를 최적화하고, 그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모든 인적 약력 정보가 기록되고 약물 부작용 및 상호 작용을 점검하며, 만성 질환 관리나 기타 건강 증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일본의 ‘단골 약국’도 비슷하다. 개인의 복약 정보를 단골 약국에서 일원적으로 파악해 약학적 관리 및 지도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대형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은 대형 병원 주변 약국을 찾고, 가벼운 감기약은 동네 약국에서 짓는다. 하지만 이 시스템에서는 여러 약국에 갈 필요 없이 단골 약국에서 약을 받고 복합적인 관리를 받는다. 24시간 약물 치료에 따른 문제점에 대응하고, 집 또는 근처에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영국의 건강 생활 약국은 약물의 처방 관리보다 건강 증진 역할을 한다. 금연상담, 건강 진단, 치매 조기 발견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물론 약사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과 연계하는 ‘팀 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순천향대 보건행정학과 강은정 교수는 ‘팀 의료’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퇴원 환자의 약물 관리에서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강 교수는 “환자가 퇴원하면 보통 많은 약을 처방받지만, 약을 복용하면서 입원할 때보다 퇴원 후에 몸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약물 요법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입원 상태라면 간호사 등이 복용 여부나 건강 상태 등을 계속해서 확인하는데, 퇴원 후에는 스스로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영국은 병원 약제팀은 질병 관리 및 치료에 관한 책자를 제공하는 등의 관리를 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환자 의무 기록 접근이 어려워 약국에서 연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희진 기자 miro22@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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