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죽음이란, 미국은 ‘통증 해방’…한국은?

[사진=sfam_photo/shutterstock]
의학 발전으로 생명 연장이 가능해졌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팀은 2016년, 환자와 그 가족, 의사와 일반인 각각 약 1000명씩 4176명을 대상으로 10가지 ‘좋은 죽음’을 설문하고 분석했다. 대체로 가족 관계 중요성이 돋보였다.

환자와 일반인은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을 첫째로 꼽았고 가족들은 가족이나 의미 있는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선택했다. 특히 가족에 대한 부담감, 가족 존재 여부, 주변 정리 등 세 요소가 의사를 제외한 그룹 과반수 이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간주됐다. 의사들은 ‘지금까지 삶이 의미 있게 생각되는 것’이 첫 번째였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있었다. 나라별로 좋은 죽음에 대한 가치가 달랐다. 미국은 좋은 죽음으로 ‘통증으로부터 해방’, ‘영적인 안녕 상태’를 중요시했다. 일본은 ‘신체적, 정신적 편안함’, ‘희망하는 곳에서 임종’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영국은 ‘익숙한 환경에서’,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가족, 친구와 함께’, ‘고통 없이 죽어 가는 것’을 좋은 죽음으로 정의했다.

일반적으로 서구에서는 ‘고통으로부터의 자유’가 우선 순위였다. 많은 환자들이 삶의 끝에 심한 고통을 겪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가족을 중요시했다.

2004년 같은 주제로 국내에서 시행됐던 조사와 비교했을 때.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 ‘가족이나 의미 있는 사람이 함께 있는 것’ 등 가족 관계 중요성은 여전하지만, 중요도는 줄었다. ‘주변 정리’, ‘통증 완화’, ‘의미 있는 삶’ 등의 비중은 늘었다. 서구처럼 개인적 차원을 우선시하는 생각이 늘고 있는 것이다.

윤영호 교수는 “환자가 임종시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 함께 머무르며, 주변을 정리하고 의미 있는 삶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구체적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좋은 죽음에 대한 개념이 서구처럼 개인 중시로 차츰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회지 ‘종양 지지치료(Supportive Care in Cancer)’ 10월호에 발표됐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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