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라지고 많아지는 10대 성관계, 임신은?

[사진=Antonio Guillem/shutterstock]
청소년 100명 가운데 5명은 성관계 경험이 있다. 평균 첫 성관계 경험 나이는 13.1세로, 초등학교 6학년이다. 청소년 성 경험은 점점 더 빨라지고,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피임은 잘하고 있을까. 청소년 여성 중 성관계 경험자가 “항상” 피임을 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26.5%에 불과했다. “항상 또는 대부분”을 답한 여성 청소년도 48.8%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남성 청소년은 이보다 더 낮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동식 연구위원은 “젠더 위계로 인해, 본인이 피임을 원하지만 파트너와의 대화나 상황에서 피임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덧붙였다.

피임률이 떨어지는데 임신 경험률은 어떨까.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2012~2016년)에 따르면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의 임신 경험률은 0.2~0.3%다. 미미한 수치로 보일 수 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이유정 기획협력팀장에 따르면, 청소년이 비혼인 상태에서 임신하게 되는 경로를 살펴보면 대체로 11세 때 가정 폭력을 경험하면서(가정 내 폭력 경험 10.9세, 82.6%), 14세 전후로 집을 떠나(13.9세, 87%), 15세가량부터 첫 성 경험을 하고 대략 16세가량 첫 임신을 하게 된다. 학교 밖 아이들의 임신 사례가 제외됐기 때문에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동식 연구위원 또한 “학교에서 조사를 한 만큼 경험을 숨긴 비율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치”라고 말했다.

또 청소년 임신 경험자 중 임신 중지 경험률은 최근 3년간 모두 70% 이상이다. 해가 갈수록 점점 늘어 2016년 기준으로는 81.0%까지 치솟았다.

8일 국회에서는 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음성적 청소년 임신 중지 현황과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계획되지 않은 임신은 청소년에게 더욱 고통스럽고, ‘낙태죄’가 그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비혼 청소년 임신은 계획된 것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체 변화가 크게 나타나지 않거나 지식과 정보 부족으로 임신 상황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 크다. 이러한 이유로 심리적 불안, 우울 증상, 무기력감, 죄책감 등을 느낀다. 상담 사례를 보면 수술을 원하지만 병원을 찾기 어렵고, 수술 비용에 대한 부담, 부모님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심리적 고민, 진로 문제, 불법 시술에 따른 부작용이나 처벌 염려 등을 호소한다.

강지훈 산부인과 전문의는 “미성년자의 경우 임신 중절 수술을 원한다면 어떤 수를 써서든, 리스크 비용까지 얹어 비싼 비용까지 주고 거의 무조건 수술을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한 임신 중지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청소년에겐 더욱 그렇다. ‘낙태 병원’을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나오는 검색 결과는 브로커다. 해외 사이트에서 그 나라의 보건복지부 홈페이지가 연결되어 선택 가능한 옵션과 더 안전한 방법 등의 객관적 정보가 나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2012년에는 임신 23주째였던 여고생이 임신 중절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소녀는 수술 도중 자궁에 생긴 구멍 때문에 과다 출혈이 발생해 사망했다. 해당 병원은 현금 650만 원을 요구하며 수술을 권했고, 문제가 생기자 잠적했다. 안전한 임신 중지가 건강권에 미치는 영향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먹는 낙태약’으로 알려진 미프진 또한 불법 사이트나 ‘카톡 거래’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에게 복약 지도를 받아야 하며, 미프진을 검색하면 ‘청소년에게 유해한 결과는 제외되었습니다’라며 성인 인증을 요구한다. 전국여성위원회 김영숙 부위원장은 “100%의 피임 방법이 없는 이상, 낙태 문제에 대한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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