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소아백혈병 “엄마의 피임약도 원인”(연구)

[사진=Mama Belle and the kids/shutterstock]
피임약을 복용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소아백혈병 발병 위험이 높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아백혈병은 진단 시에 이미 원격 전이가 일어난 경우가 많아 생존율이 낮은 치명적인 암이다.

덴마크 암학회 연구센터(Danish Cancer Society Research Center) 공동연구팀이 어머니의 피임약 복용이 소아백혈병의 발병에 미치는 위험을 측정하기 위해 덴마크에서 1996-2014년 출생한 110만여 명의 어린이 출생코호트와 암 등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또는 임신 기간 중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의 아이에게서 5만 명 당 1명 수준으로 추가 백혈병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백혈병 위험은 주로 에스트로젠이 포함된 경구용 피임약 복용과 관련됐으며, 호르몬 피임약 복용이 피임 6개월 이전에 끝난 경우에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었다.

연구팀은 소아백혈병의 절대 위험은 여전히 낮으며, 호르몬 피임약의 안전성에 중대한 우려를 표명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현재까지 소아백혈병의 원인에 대해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연구는 향후 원인 규명과 예방을 위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이 연구결과(Maternal use of hormonal contraception and risk of childhood leukaemia: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cohort study)는 지난 9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란셋 온콜로지(The Lancet Oncology)’에 실렸다.

– 진단 시 이미 암 세포가 온 몸에 퍼진 경우 많아

백혈병은 골수에서 생기는 암이다. 골수는 머리뼈, 가슴뼈, 갈비뼈, 허리뼈, 골반뼈 등의 중심에 있는 해면체로, 혈액 세포가 생산되고 성숙하는 곳이다. 백혈병은 골수 뿐 아니라 뇌, 척수신경, 고환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아백혈병이 2015년 315건(국가암등록통계) 발생했다. 어린이 환자의 경우 대부분 급성 백혈병으로 급성 림프 구성 백혈병이 75%,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성인들의 암이 흡연이나 식습관 등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되지만, 소아암은 유전자 이상 때문에 발생한다.

급성백혈병의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온화 방사선, 벤젠, 중금속, 살충제 등 화학약품의 사용, 알킬화 제제 등 약물이 백혈병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도이다.

– 백혈병은 조기 검진이 매우 어렵다

백혈병을 앓은 부모를 둔 어린이는 백혈병에 걸릴 확률이 4배 정도 높다. 일란성 쌍생아 중 한 명이 백혈병일 경우 다른 한 명이 백혈병에 이환될 확률이 20% 정도이다. 소아암은 증상이 거의 없어 암 세포가 커져서 진단 시에는 이미 원격 전이가 일어난 경우가 많다.

조기 검진이 매우 어렵다 보니, 이미 백혈병 세포가 혈액을 따라 온 몸에 퍼진 환자가 대부분이어서 간암, 위암처럼 1-4기 따위의 병기를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급성 림프 구성 백혈병의 경우 병기 대신 예후에 따라 위험군으로 분류한다. 나이가 10세 이상이거나 T 림프구성 백혈병일 경우 고위험군이다.

– 소아백혈병의 증상은?

발열과 피로, 얼굴이 창백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백혈병 세포가 뇌, 척수신경 등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면 대부분 증상이 없다. 드물지만 뇌압 상승으로 두통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말초 혈액내에 백혈병 세포가 많으면 뇌혈류를 방해해 뇌출혈이 생길 수도 있다.

남자 아이의 경우 암 세포가 고환을 침범하기도 한다. 이 때 고환의 크기가 커지지만 통증은 없다. 여자 아이의 난소 침범은 흔하지 않다. 위 등 소화기관 역시 급성 림프 구성 백혈병이 자주 침범할 수 있는 부위 중 하나이지만, 증상은 거의 없다. 또한 환자들의 25%에서 뼈의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 소아백혈병, 예방법은 있나?

현재까지 효과가 입증된 소아백혈병 예방법은 사실상 없다. 이 병은 원인이나 위험인자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발병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덴마크 연구팀의 최신 연구결과를 참고하고 유전성에 신경 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급성 백혈병 환자를 위해서는 혈액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부모가 같은 형제라도 조직적합성 항원이 일치할 확률은 25%에 불과하다. 조혈모세포은행을 통해 공여자를 찾더라도 조직적합성 항원의 일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병원 강형진-홍경택 교수 연구팀(소아청소년과)이 지난 8월 발표한 연구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이 지난 2014년부터 모두 34명의 환자에게 조직적합성 항원 ‘반(절반)일치 이식’을 했더니 85%의 생존율을 보였다. 강형진 교수는 “반일치 이식의 성공으로 대부분의 환자가 공여자 걱정 없이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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