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벌레 수액’, 왜 점점 늘어나나?

[사진=gettyimagesbank.com/fivepointsix]

‘벌레 수액’ 사건 후에도, 주사기나 수액에 머리카락, 벌레 등 이물질이 발견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5년 새 4배가 넘게 증가해 올해 최고 기록을 찍었다.

5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병원 주사 및 수액 세트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사례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13년 34건에서 2018년 156건으로 증가해, 올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물질 혼입 보고 사례는 2018년 기준 주사기는 101건, 수액 세트는 55건으로 나타났다. 주사기의 이물질은 파편이 47건으로 가장 많았고 머리카락이 15건으로 뒤를 이었다. 수액 세트는 파편 16건, 머리카락 11건, 벌레 1건 등이었다.

작년(2017년)에 이미 5개월 영아에게 주사되던 수액 세트에서 벌레가 발견된 ‘벌레 수액’ 사건이 문제가 됐었다. 당시 문제가 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은 14시간이나 벌레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달에는 수액 주사로 인한 사망 사고가 인천 지역에서만 3건이나 발생했다.

이처럼 주사기 및 수액 세트의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음에도 이에 따른 처분은 가볍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과 2018년에 실시된 주사기·수액 세트 제조·수입 업체 특별 점검을 살펴보면, 위반 업소 대부분이 시정, 회수, 예방 조치 명령 등 ‘솜방망이 처분’만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납품 경쟁이 이와 같은 사태에 일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주사기 납품 가격은 50원 내외, 수액 세트는 300원에 불과하다. 업체는 최저가 납품 가격을 맞추고자 해외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물품을 생산해서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무균 시설 등 안전 관리가 미비해지기 쉽다. 가격을 맞추는 데에 집중하면서 관리에 소홀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승희 의원은 “사람에 혈액에 직접 주입되는 주사기나 수액 세트가 허술히 관리되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품질 안전 관리와 불합리한 납품 구조, 낮은 국민건강보험 수가 등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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