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환자의 후회 “30년 흡연, CT를 찍는 건데…”

[사진=Magic mine/shutterstock]

“30년 넘게 담배를 피웠지만 기침이나 가래로 고생한 적이 별로 없을 만큼 건강 체질이었지요.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겼습니다. 주변에서 ‘아직도 담배를 피우냐’며 잔소리를 해도 흡연의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습니다. 막상 말로만 듣던 암 환자가 되니, 온갖 후회가 밀려들더군요.”

폐암 3기 환자인 김진영(가명, 52세)씨는 하루 1갑 정도의 담배를 30년 이상 피웠다. 중간에 금연을 시도한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애연가였다. 건강을 자신해 가족들이 금연을 권할 때면 “걱정마!”를 반복하곤 했다. 운동도 자주 하는 편이었다. 그는 “잔병치레를 안 해 몸을 살피지 못한 게 더 큰 병을 불러왔다”고 했다.

– 흡연 오래 한 사람은 저선량 CT 검사 필요

폐암의 위치와 진행 정도를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해야 한다. 흉부 단순 X-선 촬영으로는 작은 결절을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선량 CT 폐암검진이 금연도 유도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카디프 의과대학 공동연구팀이 영국의 폐암검진(UK Lung Cancer Screening, UKLS) 예비연구 고위험군 참가자들(50-75세)을 대상으로 CT 검진(시험군) 또는 일반관리(무검진 대조군)를 받도록 한 후 흡연 습관을 확인했다. 그 결과 CT 촬영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참가자는 검진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참가자에 비해 금연 확률이 높았다.

이 연구결과(Impact of low-dose CT screening on smoking cessation among high-risk participants in the UK Lung Cancer Screening Trial)는 ‘영국 의학 저널(BMJ)’에서 발행하는 호흡기의학분야 학술지 ‘흉부’(Thorax)에 실렸다.

– 폐암은 왜 사망률 1위의 암으로 악명 높을까?

폐암은 암 중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치명적인 암이다. 환자 수는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에 이어 4위이지만 사망률은 1위이다. 우리나라 전체 암 사망자의 23%(1만7963명)나 된다. 대장암(10.8%), 위암(10.8%), 췌장암(7.2%)에 비해 사망자가 2-3배나 많다(2016년 통계청 사망원인통계).

폐암이 사망률 1위인 이유는 무엇일까? 암이 진행되더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폐에는 아픔을 느끼는 신경이 없다. 암이 커져 감각신경이 있는 가슴 벽, 뼈, 기관지로 퍼져야 뒤늦게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는 다른 부위로 전이가 돼 치료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암이 생긴 폐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로 전이(원격 전이)된 단계에서 진단받는 환자의 비율이 40%가 넘는다. 암 세포가 폐에 국한(Localized)된 경우 5년 생존율이 64.0%이지만, 원격(Distant) 전이되면 6.1%에 불과하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발견하는 것이 폐암 치료의 관건이다.

– 폐암 조기 발견에 좋은 저선량 CT

흉부 X-선 촬영은 결절이 5mm 이상은 돼야 제대로 나타난다. 심장 뒤쪽이나 뼈와 겹치는 부위 등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에 저선량 CT는 작은 결절도 찾아낼 수 있어 조기 진단 효과가 높다. 기존 CT에 비해 방사선 피폭량이 10분의 1 수준인 것도 장점이다.

만 55-74세로 30갑년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은 올해까지 진행되는 폐암 검진 시범사업을 통해 14개 의료기관에서 저선량 CT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갑년은 하루 평균 담배 소비량에 흡연기간을 곱한 것이다. 하루 1갑씩 30년간 흡연했다면 30갑년에 해당한다.

– 금연만 해도 폐암의 90% 예방 가능

가장 확실한 폐암 예방법은 금연이다. 담배를 피우면 그러지 않는 사람에 비해 폐암에 걸릴 위험이 80배까지 높아진다. 폐암은 대개 흡연을 시작한지 20-30년이 지난 후 발생한다. 흡연량이 많고 흡연 기간이 길수록 발병률이 높아진다. 담배를 끊어도 최장 20년까지 폐암 위험도가 원래 비흡연자보다 높다. 따라서 청소년기에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조언하는 게 중요하다.

담배의 발암물질은 온몸을 돌며 구강암, 위암, 췌장암 등 다른 암들도 유발한다. 음식을 가려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해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면 건강관리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흡연을 하면 얼굴이나 손에 냄새가 스며들어 비흡연자에 불쾌감도 안길 수 있다. 약 90%의 폐암은 금연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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