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 중 1명은 보인자…자녀 간·뇌 훼손하는 윌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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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arun Ontakrai/shutterstock]

1988년 아시아 최초로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이선화 씨는 윌슨병 환자였다. 생소하게 들리는 윌슨병은 의외로 국내 50명 가운데 1명이 보인자를 가진 흔한 유전 질환 중 하나다. 하지만 어릴 땐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모르고 지내다가 증상을 느낄 무렵엔 이미 세포가 손상돼 치료가 어려워진다. 윌슨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조기에 찾아내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자녀가 원인 불명 간염·행동 장애 보이면 윌슨병 의심해야

윌슨병은 체내 필요 이상의 구리가 쌓여 신경계 질환 등을 유발하는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이다. 우리 몸은 체내 요구량을 넘어서는 구리는 혈청 내 구리의 운반을 맡는 세룰로플라스민을 통해 밖으로 배출한다. 윌슨병은 이러한 구리 운반 효소가 선천적으로 부족해 구리가 간, 뇌 신경 등에 쌓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3만 명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하고, 보인자율은 50명 중 1명으로 비교적 흔한 유전 질환에 속한다.

대개 15세 이전에는 간 질환, 15세 이후로는 신경 질환으로 윌슨병 증상이 발생한다. 간은 윌슨병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장기로, 간에 구리가 쌓이면 처음에는 간 효소치가 증가하면서 간이 비대해진다. 이땐 체감되는 증상이 없어 대개 눈치 채지 못하다가 5세 이후로 윌슨병 진단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간경변증을 동반한 진행성의 만성 간염, 간 경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되는데, 특히 전격성 간부전을 가진 환자의 치사율은 70%에 달한다.

윌슨병의 영향을 받는 또 다른 장기는 대뇌 기저핵이다. 대뇌 기저핵이 손상되면 구음 장애, 삼킴 장애, 무표정한 얼굴, 비정상적인 눈의 움직임, 불안정한 보행, 무도증(의지와 상관없이 불규칙하게 움찔거리는 운동이 신체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 등의 신경계 증상이 나타난다. 또 뇌의 구리 중독 증상으로 과잉 불안 및 공포, 감정 조절의 어려움, 조울증 등 정신과적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최종문 GC녹십자지놈 전문의는 “구리는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있어 태어날 때부터 축적이 된다. 구리의 흡수에 관여하는 효소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필요 이상의 구리가 간, 뇌에 침범하면 간 경화,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며 “만약 청소년기 자녀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간염 증상을 보이거나 손 떨림 등의 신경, 행동 장애를 보인다면 윌슨병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인자 부모의 자녀, 윌슨병 걸릴 확률 25%

윌슨병은 유전자 염색체 13번에 위치한 ATP7B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ATP7B 유전자는 구리와 세룰로플라스민 결합을 도와 구리를 배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유전자에 결손이 있으면 구리의 이동이 저해돼 윌슨병으로 이어진다. 윌슨병은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며, 만약 부모 모두 보인자인 경우 25%의 확률로 자녀가 윌슨병에 걸릴 수 있다.

윌슨병은 증상을 느낀 이후엔 이미 세포 손상으로 치료가 어려워 빠른 진단과 예방이 최선이다. 윌슨병 유전자의 변이를 검사하는 ATP7B 유전자 검사는 윌슨병 발현 유전자 부위를 70% 이상 검출한다. 따로 혈액 채취를 할 필요 없이 기존 검사에서 사용한 혈액 여지로 검사할 수 있어 부담을 덜 수 있다. 검사 결과 질환 발현 위험의 유전자가 발견될 경우 적절한 의학적 치료와 맞춤 식이법 등을 제시해 병 예방을 돕는다.

최종문 전문의는 “윌슨병 진행을 막으려면 본인과 자녀의 유전자 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자녀가 신생아일 때 검사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검사를 통해 윌슨병 발현 위험 유전자가 발견될 경우 구리 영양소를 조절하는 식이요법과 약물치료를 통해 체내 구리가 쌓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Jarun Ontakrai/shutterstock]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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