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연구원-생명공학연구원, 부실 학회 참가 1, 4위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좌), 한국생명공학연구원(우)]
전국 26개 출연연 가운데 한의학, 의약 국책 연구를 수행하는 두 출연 기관이 해외 부실 학회 참가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는 지난 12일 ‘과학기술인의 건강한 연구 문화 정착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238개 대학, 4대 과학기술원, 26개 과학기술 출연연의 와셋(WASET, 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 오믹스(OMICS, 오픈 액세스 과학 논문 출판사 및 학회) 참가 실태 결과를 발표했다.

‘코메디닷컴’은 부실 학회 참가 횟수 상위 기관 중 의학, 바이오 분야 출연연에 주목했다.

과학기술 출연연 지원 기관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관계자는 “출연연 26개 기관 중 의학, 바이오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공학), 한국생명공학연구원(바이오 의약), 한국한의학연구원(한의학) 등 3곳”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 가운데 두 개 기관이 출연연 부실 학회 참가 상위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한의연-생명연, 부실 학회 참가 1-4위 기록

한국한의학연구원 소속 연구원은 오믹스 학회에 31번 참가해 전체 출연연 중 부실 학회 참가 횟수 1위를 기록했다. 1회 참석자가 21명, 2회 참석자가 5명으로 출연연 중 부실 학회 참가자 수도 가장 많았다. 한의연 관계자는 “부실 학회 참가자들은 주로 한약 약물, 천연물 연구 등으로 오믹스에 참석했다”라고 전했다.

1994년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한의학연구소로 출발한 한의연은 한의학 이론 과학화 연구, 한의학 의료 행위 작용 기전 연구, 한의학 기반 융복합 의료 기기 개발 등이 주요 연구 과제다. 2017년 주요 연구 과제는 ‘사상 의학과 역분화 줄기 세포의 융합을 통한 사상 체질의 발생학적 규명과 사상 체질별 비만 치료 효능 검증’, ‘태음인 체질 맞춤형 주름 개선 화장품 개발’ 등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소속 연구원 역시 오믹스 학회에 22번 참가해 출연연 부실학회 참가 횟수 4위를 기록했다. 오믹스 1회 참석자는 20명, 2회 참석자는 1명으로 조사됐다.

생명연은 1985년 한국과학기술원(KIST) 부설 유전공학센터로 출범했다. 희귀 난치 질환, 유전체 맞춤 의료, 노화, 항암 등 의학 분야 기초 연구와 바이오 신약, 유전자 교정, 질환 표적 구조, 감염병 등 바이오 의약 혁신 연구를 주로 수행한다.

과기부-NST “오믹스 문제? 외유성 출장-동료 평가 생략”

특이점은 이 두 출연연 연구자가 주로 참석한 부실 학회가 와셋이 아닌 오믹스라는 점이다. 다른 대학, 출연연 연구자가 오믹스가 아닌 와셋에 다수 참석한 데 반해, 한의연-생명연 소속 연구자는 오믹스 학회에만 이름을 올렸다.

터키 출신 아르디 가족 일가가 운영하는 부실 학회 와셋은 지난 7월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그 문제점이 드러났다. 세계 각지에서 과학, 공학, 인문학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가짜 학술 대회를 여는 와셋과 달리, 인도에 위치한 오믹스 출판 그룹은 의학, 생화학 분야의 가짜 학술지를 양산한다. 와셋이 ‘세계 최대 해적 학회’라면 오믹스는 ‘세계 최대 해적 출판사’인 셈이다.

오믹스는 “동료 심사를 거친 700여 종이 넘는 오픈 액세스 저널(별도 구독비 없이 논문 열람이 가능한 저널)을 운영 중”이며 “5만 명 이상의 편집 위원, 저명 심사자, 1000개 이상의 학회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6년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는 “오믹스 저널이 출판하는 논문 대부분은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으며, 심사자 명단 역시 허위로 기재된 것”이라 밝히고 이듬해(2017년) 오믹스를 ‘허위 정보로 연구자를 기만한 혐의’로 기소했다.

정재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제도혁신과 사무관은 “두 단체가 문제되는 지점이 서로 다른 것도 사실이지만 ‘지나친 영리 추구’라는 측면은 같다”고 설명했다. 정 사무관은 “이번 실태 조사에서는 부실 학술지 출판 건수보다 국가 연구비로 외유성 출장을 나갔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파악했다”라고 말했다.

박선홍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평가사업부 부장은 “와셋과 오믹스 간 형태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동료 평가라는 연구의 기본을 무시한 단체라는 점에서 와셋과 같은 부실 학회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출연연 조사를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각 출연연마다 조사 위원회가 구성돼 기관별로 구체적인 실태 파악과 개선 방안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의연-생명연, 엇갈린 두 입장

한국한의학연구원 관계자는 “내외부 검증 위원이 부실 학회 참가자 21명을 조사 완료했으며, 해당 연구자에게 해외 출장 금지, 보직 제재 등 징계 조치가 가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의연 관계자는 “고의성 여부와 관계없이 부실 학회에 참여한 것 자체를 문제라고 판단했다”라며 “관련 분야의 부실 학회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부실 학회 참석을 사전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자신을 ‘조사위원회에 관여 중인 연구원 소속 연구자’라 밝힌 생명연 관계자는 “연구원 차원의 대책으로 부실 학회를 지속 모니터링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연구자 개개인에 대한 처분은 보다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생명연 관계자는 “오믹스에 다녀온 대다수 연구자들은 개인 공부를 목적으로 참가한 것일 뿐 학회 참가로 실적 등 인사상 이득을 얻은 바가 전혀 없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생명연 관계자는 “오믹스라는 단어 자체가 바이오 의약 분야에서 널리 쓰이기는 용어”이므로 “연구자들은 오믹스 초대 메일을 보고 자기 분야 학회 메일을 받은 정도로 생각한다”고 했다. 해당 관계자는 “오믹스는 학회에 바이오 분야 유명 인사가 참석한다고 홍보했다”라며 “부실 단체는 구색 맞추기를 위해 유명 인사를 앞세웠지만, 연구자 개개인이 이러한 점을 간파하기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출연연 부실 학회 참가 횟수 상위 4개 기관]
1. 한국한의학연구원(KIOM) 31회(오믹스 31회)
2.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29회(와셋 29회)
3.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23회(와셋 19회, 오믹스 4회)
4.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22회(오믹스 22회)

[대학교(4대 과기원 포함) 부실 학회 참가 횟수 상위 4개 기관]
1. 서울대학교 97회(와셋 70회, 오믹스 27회)
2. 연세대학교 91회(와셋 74회, 오믹스 17회)
3. 경북대학교 78회(와셋 65회, 오믹스 13회)
4. 전북대학교 65회(와셋 40회, 오믹스 25회)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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