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간호사 ‘태움’, 정부가 잡을 수 있나?

지난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과중한 업무와 직장 내 괴롭힘(태움)을 견디다 못한 박선욱 서울아산병원 신규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개월 후, 서울아산병원은 병동 내 소음을 줄이고자 간호사에게 수면 양말을 신고 일하라 요구했고 신규 간호사 면접장에서 태움 관련 압박 질문을 던졌다. 정부, 보건 당국이 발표한 태움 근절 대책은 과연 제대로 작동하는 걸까?

이정미-윤소하 정의당 의원, 고(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병원 업종의 직장 내 괴롭힘 근절 방안 국회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근무 환경 및 처우 개선’을 위한 첫 대책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태움 문화 등 병원 내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제재 규정을 마련”하고 “태움 문화 개선을 위해 국공립병원을 대상으로 교육 전담 간호사를 배치하겠다”고 했다.

이후 7월,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의료 분야 관련 대책으로 “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협회 내에 신고, 상담 센터를 설치해 신고 접근성을 강화하고 주기적인 인권 침해 실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또 “고용주가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했을 때 형사처벌, 과태료 등 처벌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발제에 나선 재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 발표를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대책을 힘 있게 추진할 만한 예산, 인력이 확보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경화 한림대학교 간호학부 교수는 “복지부 대책, 범정부 행정 처분 등 구체적인 실행력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라며 “우리나라 의료 기관은 대부분 민간 기관이므로 국공립병원에 교육 전담 간호사를 배치한다는 대책은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했다.

두 발제자는 의사협회, 간호협회에 신고 센터를 두는 방향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재현 활동가는 “간호협회에 대한 간호사의 신뢰도는 바닥”이라며 “과연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강경화 교수는 “가해자가 신고 처리 과정에 얼마든지 포함될 수 있는 협회 내 신고 센터는 피해자를 온전히 보호하지 못 한다”라며 “정부 및 관계 부처 차원에서 피해자가 신뢰할 수 있는 독립 기관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변성미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독립적인 신고 센터 설치 건에 관해 “일차적인 고충 상담은 고용노동부 자체 신고 센터를 통해 가능하다”라며 “의협, 간협 내 신고 센터의 주 업무는 상담 업무가 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변성미 사무관은 “보건의료계의 특수성을 반영한 독립 신고 센터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법적 근거, 인력, 예산 모두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향후 국회 논의를 통해 관련 사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박원아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사무관은 “얼마 전(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라며 “법사위, 국회 본회의를 순조롭게 통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buritora/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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