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후회 “암 걸린 후에야 운동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운동은커녕 움직이는 것을 싫어했어요. 저녁식사 후 바로 누워 TV를 보는 게 일상이었지요. 그런 제가 암 환자가 된 후 운동을 하고 있어요. 결혼이 늦어 아이들이 아직 어린데,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쉬는 날이면 거의 누워서 지내던 제가 운동을 하고 있으니… 진작에 왜 못했는지 후회합니다.”(40대 남성 결장암 환자 김 모 씨)

운동이 몸에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암 예방은 물론 치료 후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대장암의 일종인 결장암 환자인 김 씨는 수술 1개월 후부터 의사의 권유에 따라 하루에 2회씩 가볍게 걷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 후 서서히 시간을 늘려 다양한 운동을 시도하고 있다. 몸을 자주 움직이니 가라앉았던 컨디션도 좋아지고 있다.

김 씨는 특별한 가족력이 없는데, 40대 중반에 대장암 환자가 됐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좋아하는데다 유난히 움직이기 싫어하는 습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 김 씨가 뒤늦게 운동에 빠졌다. 주위에 “암에 걸리기 싫으면 운동을 하라”고 권할 정도다.

– 활동량이 적으면 왜 대장암에 걸릴까?

대장암은 우리나라에서 위암과 함께 암 발생 1, 2위를 다투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대장암 발생률이 높아 이와 관련된 수많은 연구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몸을 많이 움직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결장암의 발생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논문이 많다. 근무 시간뿐만 아니라 여가 시간의 신체 활동량도 결장암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활동량이 많거나 운동을 하면 장이 수축을 반복하는 연동운동을 촉진해 대변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줄여준다. 대변 속의 발암물질들이 장 점막과 접촉하는 시간도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장암 발생이 억제된다. 거의 종일 앉아서 일하는 등 육체적 활동이 적은 직업의 사람들은 대장암의 위험이 커지는데, 특히 결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 암에 걸려도 운동을 해야 산다

암 전문의들은 환자가 수술한지 1개월 정도가 지나면 걷기 등 가벼운 신체 활동을 권한다.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연구팀이 1200명이 넘는 대장암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일주일에 적당한 운동을 5시간 이상 하면 생존율을 25%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당한 강도의 운동이란 걷기나 청소하기 등 가벼운 신체활동을 말한다.

암에 걸렸다고 비관해 오랫동안 누워서 지내면 해당 암 때문이 아니라 체력과 면역력이 약해져 다른 질환이 생겨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건강한 사람도 40세 이후에는 근육이 줄어들기 때문에 활동량이 적은 환자들은 ‘근감소증’을 걱정해야 한다. 근육이 급격히 줄어드는 근감소증은 심한 피로감, 체중감소, 대사장애까지 가져와 환자의 회복에 엄청난 어려움을 초래한다.

송근암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암 환자의 경우 운동부족 등으로 근감소증을 겪을 수 있는데, 이는 암 치료의 부작용을 높여 환자의 생존율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면서 “충분한 영양섭취와 함께 근육운동을 하면 근육 기능의 향상과 함께 면역세포인 림프구가 활성화돼 면역력이 증가한다”고 했다.

– 모든 암 예방 수칙에 있는 운동, “움직여라”

운동은 세계 각국의 암 예방 권고안에 꼭 들어 있다. 거의 완벽하게 검증이 된 암 예방법 중의 하나다. 몸의 상태에 따라 운동의 강도만 다를 뿐이다. 미국 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 ACS)는 ‘암 예방 가이드라인’을 통해 “앉아 있기, 누워 있기, TV 및 스마트폰 보기 등 정적인 행위를 오래 하지 말고 틈틈이 몸을 움직여 활동량을 확보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대한암학회도 진료 과정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

암 전문 학회들은 꼭 정식 운동만을 하라고 언급하지 않는다. 실내에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자주 걷고 계단을 오르는 것도 훌륭한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장소에 관계없이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오래 앉아있으면 체중을 지탱하는 근육에 대한 자극이 감소해 대사에 이상이 생긴다.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HDL(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을 만들거나 혈중 포도당을 흡수하는 데 필수적인 효소, 지단백질 리파아제가 줄어든다.

암 예방을 위해서는 ‘국민 암 예방 수칙’에 따라 금연, 짜거나 탄 음식 조심, 절주, B형 간염과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작업장에서 발암 물질 피하기, 과일과 채소 섭취, 안전한 성생활, 암 조기 검진 등에 신경 써야 한다. 그 중에서 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를 실천하면 자신의 체격에 맞는 건강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

정승용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의 대장암 위험 요인으로는 운동부족이 먼저 꼽히고 그 다음이 비만, 음주”라면서 “남성은 음주가 먼저이고 비만, 운동부족 순”이라며 특히 여성의 경우 대장암 예방을 위해 운동을 강조했다.

[사진=IM3_014/gettyimagesbank]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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