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당뇨병, 특이 유전자 변이 있다

한국인 당뇨병 환자에게만 특이하게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가 밝혀졌다. 당뇨병 치료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곽수헌, 박경수 교수팀이 한국인 당뇨병 환자 7850명과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9215명을 비교 분석해 한국인 당뇨병 환자의 유전자 변이를 밝혔다. 한국인 당뇨병 유전자 연구 중 최대 규모다.

연구팀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73만 개의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중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변화를 일으키는 변이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단백질은 긴 아미노산 서열 구조로 구성돼 있다. 유전자 변이가 생기면 그 유전자 정보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구조에 일부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비정상적으로 변형 시 정상 단백질의 구조 및 기능에 이상이 생겨 당뇨병, 치매, 암 등 각종 만성질환과 퇴행성 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 분화에 관여하는 ‘PAX4’ 유전자 변이와 당뇨병 주사 치료제로 사용되는 인크레틴 호르몬 수용체인 ‘GLP1R) 유전자의 변이가 한국인 당뇨병 발병에 중요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PAX4 유전자의 192번째 단백질 아미노산이 아르기닌에서 히스티딘이나 세린으로 치환된 경우 당뇨병 위험이 약 1.5배 높아졌다. 이 변이는 한국인에서 빈도가 각각 8%(히스티딘)과 4%(세린)였으나, 유럽인에서는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GLP1R 유전자의 131번째 단백질 아미노산이 아르기닌에서 글루타민으로 치환된 경우에는 오히려 당뇨병 위험이 0.86배 낮아졌다. 이 변이 역시 한국인에서는 빈도가 21.1%였지만 유럽인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한국인 당뇨병 환자 중 PAX4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당뇨병 발병 연령이 낮았으며, GLP1R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심장, 뇌혈관질환이 적게 발생했다.

박경수 교수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당뇨병 사망률이 5번째로 높을 만큼 문제가 심각한데, 특이 유전자 변이를 발견해 당뇨병 정복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당뇨병 분야 최고 권위지인 ‘당뇨병(Diabetes)’ 9월호에 게재됐다.

[사진=nobeastsofierce/shu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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