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나쁘기만? 자제력 강화해 (연구)

“당신의 목숨을 앗아가지 못한 ‘그것’은 당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힘(That which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자동차 사고처럼 트라우마가 생길 법한 경험을 한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격언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이는 실제로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말이다.

사건·사고의 생존자 중 트라우마가 형성된 사람의 7~8%는 만성적인 심리적 외상(PTSD)에 시달리게 된다. 충격이 영구적으로 남아 원치 않는 기억이 되풀이된다는 것.

하지만 트라우마가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건 아니다.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이라는 효과도 일으킨다. 이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숙하게 성장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회복 탄력성’이 향상된다고도 표현한다.

최근 미국 바드대학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가 진행한 공동 연구에 의하면 트라우마는 정신적인 훈련의 한 형태로 기능해 생존자의 ‘자제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비록 트라우마는 끔찍한 경험을 통해 얻는 결과물이지만, 이를 통해 인지 조절 능력이 향상되는 측면도 있다는 것.

연구팀은 사고, 폭력, 가까운 사람의 죽음 등 트라우마가 생기는 경험을 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실험참가자들에게 ‘바이올린’처럼 중립적인 단어 2개로 구성된 조합 혹은 중립적인 단어와 ‘시신’처럼 부정적인 단어로 이뤄진 조합 등 총 60쌍의 단어들을 보도록 했다. 그 다음 한 단어를 보고 이와 쌍을 이루는 나머지 한 단어를 추측하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화면에 녹색으로 단어가 등장하면 쌍이 되는 단어를 최대한 빨리 답하도록 했고, 빨간색으로 단어가 등장하면 쌍이 되는 단어를 답하지 않고 회피하는 반응을 보이도록 했다.

실험 결과, 트라우마가 가벼운 그룹과 심한 그룹 모두 트라우마가 없는 그룹보다 과제를 잘 수행하는 결과를 보였다. 특히 트라우마가 심한 그룹은 중립적인 단어와 부정적인 단어 쌍을 회피하는 반응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회피 반응이 우수했다는 것은 진압이 필요할 땐 진압하는 절제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트라우마와 자제력 사이의 연관성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트라우마 이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지 행동 치료에 적용하면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이런 내용(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Psychological trauma and its relationship to enhanced memory control)은 실험심리학저널에 7월 19일 발표됐다.

[사진=eldar nurkovic/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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