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진출한 CAR-T 치료제, 비용에 발목 잡히나

노바티스와 길리어드의 CAR-T 치료제 킴리아와 예스카타의 유럽 승인으로 CAR-T 치료제 시장이 유럽 전역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약값에 발목이 잡힐 위기다. 영국이 비싼 약가를 이유로 CAR-T 치료제 예스카타 사용을 사실상 외면했기 때문.

CAR-T 치료제는 뛰어난 효능으로 새로운 암 치료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CAR-T 치료제는 환자에게서 면역 세포를 추출해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수용체를 탑재시켜 재주입하는 방식으로, 항암제를 환자 몸에 주입하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꿨다. 즉, 면역 세포를 일명 ‘어벤져스’로 만들어 정상 세포의 손상은 최소화하면서도 암세포만 집중 공격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스콧 고틀립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CAR-T 치료제는 악성 종양 치료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며 “이 기술은 획기적인 돌파구로 질병 퇴치에 있어서 완전히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해(2017년) 8월 노바티스 CAR-T 치료제 킴리아를 승인한 이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스파크 테리퓨틱스의 럭스터나를 차례로 승인했다. 이어 지난 27일(현지 시간) 유럽의약품청(EMA)이 첫 CAR-T 치료제로 킴리아와 예스카타를 승인하면서 유럽에서도 CAR-T 시대가 열리게 됐다. 이번 승인에 따라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과 유럽경제지역(EEA) 회원국에서도 CAR-T 치료제가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이 높은 약값을 지적함에 따라, 비용 문제가 CAR-T 치료제 확장의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립보건임상평가연구소(NICE)는 예스카타가 유럽 승인을 받은 바로 다음 날인 28일(현지 시간) 예스카타 지원에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CAR-T 치료제의 급여 적용도 요원해진 상황이다.

높은 약가는 CAR-T 치료제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환자 맞춤형 제조로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에서의 CAR-T 치료제 가격은 예스카타와 킴리아가 각각 37만3000달러(약 4억 원), 47만5000달러(약 5억2000만 원) 수준이다. 럭스타나는 1회 처방 비용이 무려 85만 달러(약 9억4000만 원)에 달한다. 유럽에서의 예스카타와 킴리아 초기 가격은 양사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30만 유로(약 3억9000만 원) 정도에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이 CAR-T 치료제의 급여 진입에 난색을 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NICE는 문서에서 “예스카타의 높은 가격은 정당화될 수 없다. 예스카타를 환자들에게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기존 치료법인 구제 항암 화학 요법 대비 예스카타의 비용 효과성 추정치가 암 치료를 위해 특별히 확대된 질 보정 수명(QALY)당 비용 5만 파운드(약 7000만 원)를 초과했다”고 지적하며 사실상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의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더불어 NICE는 예스카타의 충분하지 못한 임상 데이터도 함께 지적했다. 길리어드가 제출한 연구 자료는 예스카타에 대한 단일 연구로 기존 구제 항암 화학 요법과 비교했을 때 예스카타가 얼마나 이점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

NICE는 예스카타에 이어 킴리아에 대해서도 비용 효과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과거 NICE가 비용을 이유로 바이오젠의 스핀라자 등 혁신 의약품의 급여 적용을 거부한 적이 있는데다 예스카타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더해져 킴리아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Greg Daniels/shutterstock]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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