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일본의 연구 중심 병원은 12개뿐, 이유는?

보건의료계 시민 단체가 기업-병원 간 산병협력단을 허용하는 정부의 보건산업 육성책에 “부패한 연구 중심 병원 제도 문제도 해결하지 않은 채 병원의 영리 극대화만 돕는 꼴”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의료 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 본부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혁신 성장론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주최했다.

좌장을 맡은 신영전 한양대학교 의과 대학 교수는 “영리 병원, 원격 의료 이슈는 국민의 접근이 비교적 쉬운 반면 의료 기기 규제 완화, 첨단 기술 지주 회사 허용 등 보건의료 규제 완화 정책의 핵심 문제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文 정부, 쉼 없는 보건의료 산업 ‘밀어주기’

문재인 정부는 최근 보건의료 분야의 규제 혁신, 혁신 성장을 연이어 외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19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혁신 성장을 위한 의료 기기 분야 규제 혁신 및 산업 육성 방안’을 천명하고 “의료 기기 산업, 특히 체외 진단 기기에 단계적 사후 평가 전환을 약속하겠다”고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같은 날(19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의료계의 최고 지위 유지를 위해서는 원격 의료 허용이 불가피하다”며 현행법상 금지된 의사-환자 간 조건부 원격 의료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다음날(20일) 복지부-과기부-산자부는 국정 현안 점검 조정 회의에서 “연구 중심 병원 강화 방책으로 병원 내 첨단 기술 지주 회사, 산병협력단 설립을 허용하는 ‘바이오-메디컬 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 의사 양성 및 병원 혁신 전략’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보건의약 전문 직역 단체, 보건의료 시민 단체는 “문 정부의 보건의료계 산업 육성책은 박근혜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을 계승하는 꼴”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같은 반발에도 여야가 8월 17일 ‘의료 영리화의 빗장’으로 알려진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30일 국회 본회의에 통과시키기로 합의하면서 보건의료계가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산병협력단, 의료 기관 연구 역량 강화 정책?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현행법상 비영리 기관인 병원은 자본 직접 투자, 이윤 배당이 금지돼 있다”고 했다. 정 정책실장은 “산병협력단 등 병원 내 자체 조직을 허용하는 것은 병원이 의료 장비, 의약품, 건강 식품 등을 직접 생산하도록 ‘대형 병원의 의료 영리화’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규진 인하대학교 의과 대학 교수는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도 2017년 기준 전국에 단 12개 연구 중심 병원을 운영 중”이며 “이들 연구 병원은 연구 영역의 상업화를 경계하기 위해 병원 내 이익 상반 관리 체계라는 기구까지 두고 있다”고 했다.

2018년 현재 한국에는 10개의 연구 중심 병원이 운영 중이며, 각 병원은 정부 지원금 50억 원을 받았다. 변혜진 건강과대안 연구위원은 플로어 발언에서 “복지부 공무원이 3억5000만원 대 뇌물을 받고 길병원의 연구 중심 병원 선정을 도왔다는 보도가 이뤄진 것이 불과 몇 개월 전”이라며 “연구 중심 병원 선정 과정의 부정부패 문제가 미처 다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 중심 병원 위주의 산병협력단을 허용해주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임숙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 과장은 산병협력단 제도에 대해 “대학의 연구 기능 강화를 위해 지난 2003년 도입된 산학협력단 제도가 병원 내 연구를 미처 다 포괄하지 못해 새로 기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과장은 “대학 병원, 의과 대학 교수가 산학 협력 연구에 참여했음에도 이와 관련된 특허, 수익 등이 병원이 아닌 학교에 적립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유지됐던 것”이라고 했다.

김진경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지부장은 ‘산학협력단의 기여가 의료 기관에 돌아가고 있지 못 하다’는 임숙영 과장의 주장에 반박했다. 김 지부장은 “서울대학교병원 내 연구 센터의 수입은 고스란히 병원 수입으로 집계되며 대학 병원 의사 역시 우회적인 방식으로 수익을 얻고 있다”고 했다.

김진경 지부장은 2011년 서울대학교 병원이 설립한 영리 자회사 ‘헬스커넥트’ 사례를 언급했다. 설립 당시 SKT의 150억 원대 자본이 투입된 헬스커넥트는 서울대병원의 원격 의료를 위한 앱 개발을 표방했다. 김 지부장은 “의료 기관에 민간 자본이 투입된 이상 환자 의료 유출을 막을 방도가 없다”며 “국립병원조차 의료 정보 유출을 우려해야 하는 것이 의료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진=totojang1977/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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