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계류된 서비스산업발전법 통과 ‘D-7’

여야가 8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료 영리화의 단초가 될 보건의료 규제 완화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홍영표(더불어민주당), 김성태(자유한국당), 김관영(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3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7일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규제 완화 법안을 오는 30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전날(16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이뤄진 여야 5당 원내대표 오찬 회담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보건의료 규제 완화 법안, 문제는?

지방자치단체 경제 활성화를 표방하는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지방자치단체에 각각 2개의 전략 사업을 지정하고 이와 관련된 규제를 대폭 완화시키는 법안이다.

규제프리존법이 시행되면 각 지자체는 의료, 농업 등 특정 산업 분야에 규제 특례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지자체의 결정에 따라 현행 의료법, 의료 기기법이 금지하는 사안에 예외를 허용하는 ‘규제 프리 존(free-zone)’이 형성되는 것.

가령, 현행법상 의료 법인은 의료인 교육, 의학 연구 등 의료법이 명시한 일부 사업 외 부대사업이 금지돼 있다. 규제프리존법이 발효되면 각 지자체의 필요에 따라 의료 법인의 영리 목적 부대사업이 가능해진다.

지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연구 개발 투자, 인프라 조성 등 서비스 산업 분야의 경쟁력 제고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부의 지원 방안을 규정한 법안이다. 의료 산업을 서비스 산업의 일종으로 본 서비스발전기본법은 외부 자본을 유치한 투자 개방형 영리 병원 설립 등 민간 의료 서비스 확산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2011년 국회에 처음 제출된 이래 더불어민주당, 의료계의 반대로 7년간 계류되다 이번 여야 합의로 재추진 동력을 얻었다.

여야 3당은 지역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규제프리존법’,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 발의), 지역특화발전특구규제특례법(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 등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병합 심사하는 형태로 규제프리존특별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서비스발전기본법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논의 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 민생경제법안TF가 논의를 이어받는다.

보건의료계 “규제프리존법-서발법 통과 절대 반대”

보건의약계 전문 직역 단체, 시민 단체는 여야의 보건의료 규제 완화 법안 통과 움직임에 ‘결사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보건의약 단체(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10일 공동 성명을 통해 “국회가 보건의료 분야를 포함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논의 중인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보건의약 단체는 “의료 체계의 존립을 심각하게 위협할 서비스발전기본법 추진 강행 의지를 접지 않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동시에 “서비스발전기본법에서 보건의료 분야 제외를 약속하고 집권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말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계 시민 단체(건강세상네트워크, 무상의료운동본부,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등 10개 단체)는 지난 20일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규제 완화 추진 규탄 기자 회견’을 열고 “국민적 합의에 이르지 않은 규제 완화 법안을 충분한 토론과 신중한 검토 없이 처리 여부부터 합의하는 것은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행태에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시민 단체는 “규제프리존법은 ‘법령상의 관련 규정이 없거나 불명확 또는 불합리한 경우’라는 광범위하고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기업의 실증 특례를 허용”해 “시민의 안전, 생명, 개인 정보를 위협하는 재벌 특혜법”이라고 했다.

보건의료계는 규제 완화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 강한 연대 의지를 보였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의료 영리화, 의료 산업화의 빗장을 여는 법안 통과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으며 또 다른 시도가 있을 경우 보건의료 단체, 시민 단체와 연대해 저지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보건의료계 시민 단체 관계자는 “의료 영리화 저지는 의료 공공성 확대를 지향하는 시민 단체가 오래도록 지켜온 방침”이라며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오는 30일까지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계의 반발에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은 22일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한 서비스발전기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증진법에서 규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명시한 것.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수정 제정안을 제시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원안대로 처리를 원하고 있어 양자 간 입장 차이를 두고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대한민국 국회]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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