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 작물=GMO? 엇갈린 일본과 유럽

일본이 크리스퍼(CRISPR-Cas9) 등으로 유전자를 편집한 작물은 유전자 변형(GM) 작물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유전자 편집 작물이 GMO 규제 적용을 받지 않게 될 가능성이 커졌음을 뜻하는 것으로, 유럽과는 정반대되는 행보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환경성 검토 회의는 유전자 편집 기술로 유전자를 잘라 내거나 빼더라도 최종적으로 생물체에 외래 유전 물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유전체 편집 기술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해당 작물에 어떤 조작을 했는지 정부에 보고하도록 해 국가가 개별 승인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방침대로라면 일본에서 유전자 가위 기술로 생산한 작물은 GMO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일본의 새 방침은 유럽의 입장과는 정반대다.

유럽은 2001년 제정한 GMO 지침에 따라 유전자 돌연변이 유발로 생산된 작물을 GMO로 규정하고, GMO에 대해 인체 건강과 환경 영향의 위험성을 평가 및 규제하고 있다. 지난 7월 유럽 사법재판소는 “유전자 편집 기술로 생산한 작물도 GMO 규제를 따라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근거로 사법재판소는 “생물체 유전 물질의 직접 변형은 외래 유전자를 주입한 GMO와 유사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고, 기존의 방식과 비교할 수 없을 속도로 유전자 변형 변종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개발되고, 이를 작물 개량에 응용하는 시도가 늘어나면서, 유전자 편집 작물을 GMO와 동일하게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과학자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작물의 병충해나 더위 등에 약한 유전자를 삭제하는 유전자 편집으로 생산을 촉진할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이를 놓고 한편에서는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하므로 GMO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편에서는 외부 유전자 삽입이 없는 유전자 편집 작물은 GMO와 같지 않다고 주장한다.

유럽, 뉴질랜드 등이 전자의 손을 든 반면, 미국은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2016년 유전자 가위 기술로 만든 변색 예방 버섯이 GMO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 내린 바 있다. 현재 미국은 외래 유전 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유전자 편집 작물은 GMO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일본도 이번 환경성 검토 회의에 따라 미국과 같은 노선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방침을 두고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 바이오 기업 등으로 구성된 바이오인더스트리협회는 “이번 검토 회의 방침은 유전자 편집 위험을 적절히 평가한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반면, 일본 소비자단체는 “의도치 않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데 위험을 과소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사진=preecha2531/shutterstock]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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