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피, 혈액형 달라도 수혈 가능 (연구)

혈액형에 상관없이 누구나 수혈할 수 있는 ‘만능 피’를 만드는 방법이 제안됐다. 일명 ‘유니버셜 블러드(universal blood)’라고 불리는 혈액이다. 이 혈액은 누구나 수혈 가능한 O형처럼 기능한다.

수혈 시 혈액 기증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맞지 않으면 항원-항체 반응으로 피가 엉겨 붙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래서 수혈은 동일한 혈액형끼리만 가능하다.

단, O형은 누구나 수혈할 수 있다. 이는 O형에 항원-항체 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A형, B형, AB형 적혈구에는 단당으로 된 항원이 들어있는데, 이 물질이 다른 혈액형과 만나 적혈구 덩어리를 형성해서 혈관을 막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과학자들은 O형처럼 모두가 수혈 가능한 유니버셜 블러드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제256회 미국화학학회(ACS) 학술 대회에서도 이러한 내용의 연구(Discovery of CAZYmes for cell surface glycan removal through metagenomics: Towards universal blood)가 발표됐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연구팀은 소화 기관에서 발견한 효소를 이용해 A형과 B형 혈액을 O형처럼 언제든 수혈 가능한 혈액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메타지노믹스(metagenomics)’ 기술을 이용해 O형 이외의 혈액형에 든 적혈구의 항원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메타지노믹스는 특정한 환경에 있는 모든 미생물로부터 DNA를 추출해 이용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대장균을 이용해 장내 환경에서 단당을 쪼갤 수 있는 효소 처리가 가능한 미생물 DNA를 모았다.

그 과정에서 장벽을 감싸고 있는 단백질인 ‘무친’에 A형과 B형 혈액형의 항원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단당을 발견했다. 그리고 장내에 존재하는 특정한 박테리아가 무친에 있는 단당을 쪼개 먹이로 사용하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이 박테리아가 단당을 제거할 때 사용하는 효소를 추출해 A형 혈액형에 주입했고, 그 결과 항원을 제거한 유니버셜 블러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가 실용화 단계까지 진행된다면 혈액형과 상관없이 수혈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O형 의존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선행 연구보다 안전성과 비용, 혈액 수급 속도 등에서 우수한 면을 가지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사진=American Chemical Society]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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