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성희롱, 감염 관리 구멍…강원대병원 추악한 민낯

“피검사도 없이 에이즈 감염 환자 수술을 진행하고, 간호사가 집도의 없는 수술방에서 불법 의료 행위를 하고, 성희롱과 폭언을 서슴지 않는 수술방 의사까지…”

국립 강원대학교병원에서 벌어진 갖가지 파행을 규탄하는 기자 회견이 열렸다.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21일 “본부 강원대병원분회의 주최로 ‘강원대병원 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의료연대본부 기자 회견’이 열렸다”고 알렸다. 기자 회견에는 의료연대본부,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대한전공의협의회, 시민 단체, 여성 단체가 함께했다.

SBS는 지난 14일 “강원대병원이 HIV(후천성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자를 피검사 없이 수술했다”고 보도했다. 의료 기관은 어떤 수술이라도 반드시 수술 전 피검사를 진행할 의무가 있다. 수술 과정에서 피검사를 누락한 강원대병원은 해당 환자가 HIV 감염자인지 몰랐고, 의료진은 보호 안경이나 전문 주삿바늘 등 전문적인 조치 없이 HIV 감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15일에는 강원대병원의 불법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운영 문제도 불거졌다. PA 간호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현행 의료법상 집도의 없이 행하는 간호사의 의료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한다. 강원대병원은 정형외과 수술 시 집도의 없이 PA 간호사가 환자 수술 부위를 봉합한 사실을 인정했다.

현정희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강원대병원이 국민의 세금이 수백억 원 들어간 강원 지역 제1의 공공 병원임에도 사태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올바른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병원과 정부 부처의 책임을 물었다.

현정희 본부장은 “혈액 검사도 없이 HIV 양성 환자의 수술이 진행돼 적절한 예방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강원대병원에 대한 지역 주민의 불안이 크다”며 “비슷한 시기에 수술을 했던 임산부가 혹시나 감염이 되지 않았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오종원 의료연대본부 강원대병원분회 분회장은 20년 이상 병원에 다녔던 노동자로서 고질적인 갑질, 성희롱 문제에 무성의하게 일관하는 병원의 모습을 규탄했다. 오 분회장은 “2008년에도 지금과 같은 문제로 대자보가 붙었고 병원은 ‘믿고 기대해달라’고 얘기했지만 아직도 똑같은 고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27일 강원대병원 수술실 간호사 37명이 병원에 제출한 수술실 고충 사례도 언급됐다. 병원 간호사들은 19페이지 문건에서 의사들의 성추행, 폭언, 갑질과 허술한 감염 관리, 부당한 의사 업무 대체 등을 고발했다.

김호연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비리고발 상담센터 센터장은 “환자의 생명을 위해 최일선에서 일하는 간호사를 추행하는 의사가 누군지, 수술 도구를 집어 던지는 의사의 이름을 밝혀야 한다”며 성추행 피해 간호사에 대한 보호 대책을 요구했다.

강원대병원은 21일 ‘수술실 고충처리 문제 관련 강원대학교병원의 입장’을 내고 “일부 수술실 감염 예방에 대해서는 이미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술장에서 일부 부적절하게 이뤄지던 폭언과 성희롱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강원대병원은 “이번 일을 성장의 뼈아픈 기회로 삼고 직원들은 물론 강원도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병원으로 거듭날 것”이라 덧붙였다.

[사진=강원대학교병원 규탄 기자회견 현장]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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