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필수템’ 손선풍기, ‘백혈병 유발’ 전자파 나온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가까이 사용하면 백혈병 발병 수치 9배 정도”


여름이면 남녀노소 사용하는 손선풍기에서 높은 수치의 전자파가 발생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 가운데 바람개비 팬이 없는 제품에서는 전자파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20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현재 판매 중인 대부분의 손선풍기에서 높은 수치의 전자파가 검출됐다며 사용 시 25센티미터 이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어린이와 임산부는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고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확인된 것만으로도 1000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앞장선 시민 단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서울 시내 백화점, 대형 할인 마트, 유명 아이스크림점 등에서 판매 중인 손선풍기 13개를 대상으로 전자파 측정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13개 가운데 11개 제품은 KC 인증 및 전파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측정기기는 EMDEX2를 사용했다.

손선풍기를 가까이서 사용했을 때(5센티미터) 전자파 검출량은 평균 38밀리가우스로 어린이 백혈병 발병을 높이는 전자파 수치(4밀리가우스)의 9배 이상 높았다. 반면, 보통 수준으로 거리를 유지하고 사용했을 때(10센티미터)는 약 7.7미리가우스로 가까이서 사용했을 때보다 5분의 1 수준이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이성진 사무국장은 “특히 어린이는 손선풍기를 피부에 밀착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부에 밀착할 때 전자파는 평균 647.7밀리가우스, 최고 1020밀리가우스까지 측정됐다”고 말했다.

이 수치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 제품 가운데 가장 전자파가 세게 발생하는 헤어드라이어보다도 최고 3배 높은 세기다. 헤어드라이어는 평균 200~300밀리가우스가 검출된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박동욱 교수는 “전자파는 노출 기간이 길고, 노출 강도가 클 때 그 위험이 빨리 나타난다”며 “손선풍기는 여름 내내 사용하는 만큼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25센티미터 이상 떨어졌을 때는 전 제품에서 전자파가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이처럼 팬으로부터 조금만 거리가 떨어져도 전자파의 세기는 크게 낮아졌다. 이성진 사무국장은 전자파의 세기가 물리적 특성상 거리의 제곱 또는 세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자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거리인 25센티미터는 어린이는 손선풍기를 든 손을 쭉 펴서 사용하는 거리이고, 성인은 손을 약간 구부리고 사용하는 거리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바람개비 팬이 없는 제품만이 유일하게 전자파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 제품은 손잡이 부분, 바람개비 팬 부분과 측정 기기와의 거리에 상관없이 모두 0.3밀리가우스로 배경 값 수준으로 측정되었다.

팬뿐만이 아니라 손잡이 부분에서도 전자파가 높게 검출됐다. 손잡이 부분의 평균 전자파 측정값은 85.8밀리가우스로 최고 168.8밀리가우스까지 검출됐다. 조사 대상 제품은 대부분 충전식 DC 모터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충전기와 모터 모두 높은 수치의 전자파가 발생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손선풍기를 사용해야 한다면 책상 등에 세워놓고 20센티미터 이상 떨어뜨려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 사무국장은 “손선풍기는 기본적으로 이동하면서 사용하는 용도이므로, 관련 기업에서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 기술을 적용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특히 올해처럼 폭염이 계속되며 손선풍기 사용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데, 이를 고려해 안전사용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gettyimagesbank.com/minidoll87]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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