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아지는 망막, 파킨슨병 조기 경고 (연구)

파킨슨병 발병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은 망막이 얇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려운 질환인 파킨슨병을 눈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신경과 연구팀은 2년 전에 파킨슨병 조기 진단을 받았지만 아직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4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9세였다.

연구팀은 눈 검사를 실시하고 고해상도 눈 스캔으로 망막 5개 층의 영상을 촬영했다. 또 뇌 스캔으로 뇌에서 도파민을 생산하는 세포의 밀도를 측정했다.

연구 결과, 동년배의 건강한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연구 참가자들의 망막이 현저하게 얇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망막 가장 안쪽 층의 평균 두께가 35마이크로미터인데 비해 건강한 사람들은 37마이크로미터였다.

또 망막의 얇아짐은 도파민을 생산하는 뇌 세포의 손실과 파킨슨병 환자의 중증도와 일치했다. 특히 가장 망막이 얇은 사람은 행동 장애가 가장 심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의 손실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계의 만성 진행성 퇴행성 질환이다. 파킨슨병은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환자들에게서는 서동증(운동 느림), 안정 시 떨림, 근육 강직, 자세 불안정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파킨슨병은 아주 서서히 시작되어 조금씩 진행되기 때문에 언제부터 병이 시작됐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망막은 안구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신경 조직으로 빛에 대한 정보를 전기적 정보로 전환하여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망막에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손실은 눈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연구팀의 신경과 전문의 이지영 박사는 “이번 연구는 망막의 얇아짐과 도파민을 생산하는 뇌 세포 손실과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밝혀냈다”며 “망막이 얇아지면 얇아질수록 파킨슨병도 더 심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신경과 의사들이 단순한 눈 스캔만으로도 파킨슨병을 초기 단계에서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Retinal thinning associates with nigral dopaminergic loss in de novo Parkinson disease)는 8월 15일(현지 시간) ‘뉴롤로지(Neurology)’에 실렸다.

[사진=4 PM production/shutterstock]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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