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AI 의사 ‘닥터 앤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형 인공지능 정밀 의료의 시작] “의료 데이터 질 높여야”

한국형 인공지능(AI) 의사 ‘닥터 앤서(Dr. Answer)’를 빠르면 내년(2019년)부터 병원에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많은 관심이 주목되고 있는 닥터 앤서가 성공하기 위해선 의료 데이터를 긴밀히 연계하고, 의미 있는 질 높은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국제 병원 및 의료 기기 산업 박람회(K-HOSPITAL FAIR 2018)’에서 열린 ‘한국형 인공지능 정밀 의료의 시작’ 세미나에선 닥터 앤서의 개발 현황과 남은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가 2020년까지 총 357억 원을 들이기로 한 AI 기반 정밀 의료 서비스 닥터 앤서는 전국 25개 상급·종합 병원과 정보통신 기술 및 소프트웨어 19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꾸려 진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현재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치매, 뇌전증, 소아 희귀 난치성 유전 질환, 심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 총 8개 질환을 대상으로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를 제시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그 가운데 심뇌혈관 질환, 치매, 전립선암 3개 분야에 대한 닥터 앤서 서비스가 K-HOSPITAL FAIR에서 선공개 되기도 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닥터 앤서 개발을 주관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의 김영학 심장내과 교수는 “올해까지 3개 이상 질환에 대한 닥터 앤서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실제 의료 기관에서 환자가 직접 서비스받을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각 질환별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심장 질환의 경우, 청진기로 의사가 진찰한 결과도 디지털화할 수 있는 기술을 마련했다. 유전체 정보가 중요한 유방암은 유전자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의사 경력에 따라 진단율 차이가 큰 대장암은 진단율 편차를 줄일 수 있는 실시간 진단 소프트웨어를 마련 중이다.

닥터 앤서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데이터의 연계와 질이다. AI 진단은 투입된 데이터를 분석해 이뤄지므로, 데이터의 수나 질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세미나에서도 좋은 의료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에 대해 윤형진 서울대 의과 대학 교수는 질 높은 의료 데이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일침을 날렸다. 윤 교수는 “질병관리본부의 25만 명 유전체 데이터, 국립암센터 4만 건 데이터, 각 병원의 전자 의료 데이터(EMR) 등 쌓아놓은 데이터는 많다. 그런데 서로 연계가 안 될뿐더러 설령 표준화를 해도 실제 활용도가 높은 질 좋은 데이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윤형진 교수는 “병원 관계자분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우리 병원의 임상 데이터를 AI에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라”며 “솔직히 (활용할 수) 없다고 본다. 단적으로 폐암 환자의 진료 기록엔 흡연 여부가 표시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미 폐암에 걸렸으니 진료 때 생략해 버리는 것이다. 그런 데이터를 모두 제외하다 보니 (결과에)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요리사가 아무리 훌륭해도 재료가 별로면 건강한 요리가 나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안선주 성균관대 교수도 “현장에서 기관이 데이터를 안일하게 기록하는 모습을 보면 데이터의 정확도와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생기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조용현 라인웍스 대표는 “실제 개발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좋은 데이터도 많이 있다. 다만 그런 데이터들이 깊이 묻혀 있고, EMR 데이터가 애초에 분석이 아닌 기록을 위한 용도였기 때문에 데이터를 정제하는 작업은 필수”라고 말했다. 다른 분야와 달리 헬스케어는 비정형 데이터가 대부분이고,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아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질 높은 데이터 확보 방안으로 장기간 특정 집단을 추적 관찰하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 선진국은 디지털 헬스 케어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연구에 착수했다. 영국은 2012년 암 환자 및 희귀 질환 환자의 검체 확보를 목표로 한 10만 게놈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미국도 2015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정밀 의료 시대를 선언한 이후 2억 달러를 투자해 장기간에 걸친 데이터 분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윤형진 교수는 “이미 코호트 데이터가 많이 축적된 나라에서도 더욱 가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연구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은 평균 3년, 길어야 5년의 연구가 대부분”이라며 “닥터 앤서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장기간 추적 관찰로 수집된 정보를 통해 실용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sdecoret/shutterstock]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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