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서 운동하다 탈진하는 뜻밖의 이유

"근육 피로가 아니라 뇌의 지시 때문"

운동이 시작되면 운동근육과 피부로 피가 더 많이 들어간다. 근육에서 생긴 열을 온몸의 피부로 분산시키는 과정에서 상승된 체온을 낮추기 위해 인체는 땀을 낸다. 땀이 기화(氣化)되면서 체열은 내려간다. 피부의 상승된 체온은 스치는 바람과 공기의 대류(對流) 작용으로도 낮아진다.

요즘처럼 35~40도의 기온으로 피부 주변 대기 온도가 피부의 안정 시 온도인 33도를 넘어서면, 운동할 때 살갗을 스치는 공기의 대류를 통해서는 체열이 가라앉지 않는다. 오히려 온도가 낮은 피부가 대기의 열을 더 흡수하게 된다. 체열은 오로지 땀의 기화를 통해서만 빠져나간다.

그런데 공기 중의 습도가 높아지면 공기는 추가로 수분을 흡수할 수 없다. 땀은 분비될 때의 중요한 목적과 달리 기화되지 못해 인체의 열기를 제거하지 못하고 그냥 땅으로 떨어지고 만다. 땀이 분비되는 것 자체만으로는 체열이 가라앉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신체는 더 많은 땀을 만들어내지만, 땀을 만드는데 사용됐다가 사라진 체액성 수분들이 제대로 보충되지 않으면 탈수에 빠진다. 탈수가 심해지면 그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생리현상들이 나타나면서 건강을 위협받게 된다.

마라톤 대회의 주로(走路)를 달리는 주자들에게 ‘탈수’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심한 피로와 기진맥진, 낮은 사기와 활력 저하, 흐릿한 눈, 무관심하고 무기력한 외모, 무슨 일이건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 몸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발을 질질 끄는 등의 모습이다.

일반적으로는 탈수는 운동의 성격이나 지속시간과는 상관이 없이 △운동 시간에 발생하는 피로 △완주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달리기를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 △다른 신체활동을 할 수 없고 오로지 휴식과 물을 마시는 것만 절실히 원하는 것이라고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진실은 다른 데 있다. 우선 일사병, 열사병은 빠른 달리기 속도가 가장 위험한 요인이다. 느린 달리기는 환경적 상태에 관계없이 더위 병을 통상적으로 예방한다. 그러므로 더위로 인한 열 질환은 15~60분에 5~21킬로미터를 달리는 마라톤보다 짧은 코스 종목에서 자주 발생한다.

달리는 속도가 빠르면 초반 10~15킬로미터는 혈액이 피부보다는 주로 근육으로만 들어간다. 이 때문에 피부를 통해 열을 내보내는 능력은 제한되고, 열 균형이 외부 환경에 좌우된다. 더운 환경에서 열을 식히는 것이 불리하다면 인체는 체온이 위험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열을 계속 몸 안에 축적한다. 뇌는 보통 체온이 41도를 초과하기 전에 운동을 종료시켜 열사병을 예방한다. 덴마크 아우구스트 크로그 연구소의 보딜 닐센 박사 팀이 마라토너가 기진맥진한 상황에서 인체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 근육으로 들어가는 혈액의 양과 근육대사는 정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닐센 박사는 또 근육이 피로해서 탈진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생존을 위해 중지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라는 걸 밝혔다.

또 운동과 체온상승에 대한 곤잘레스 알론소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운동 시작 전에 체온을 떨어뜨리면 뇌가 골격근 동원을 감소시키기까지의 시간을 늘려서 더위 속에서 더 오래 뛸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꾸로 운동 시작 전에 과도한 운동으로 체온을 올렸을 땐 반대결과가 나타났다. 주자들은 근육 피로가 아니라 일정 체온에 다다르면 운동을 중단한다는 것.

따라서 마라토너가 자신을 체열조절 시스템을 무시하고 운동하면 일사병, 열사병이 생긴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지금껏 연구결과에 따르면 탈수에 따른 △심박수 증가 △심박출 혈액 감소 △피부와 근육의 혈류량 감소 등 심혈관계 변화는 운동 강도가 증가하면 더 심해지지만, 체온의 변화는 운동 강도와 상관이 없었다. 체온은 외부환경에도 영향을 받지만, 땀을 흘려서 탈수로 체중이 1% 줄어들 때마다 0.1~0.2도 올라간다.

탈수를 늦추고 체온을 보존하는 데에는 물이 최고다. 스스로 마시고 싶은 만큼 자주 마셔도 좋고, 예방 차원에서 듬뿍 마셔도 좋다. 탄수화물과 함께 마실 때 1시간 이상 지속되는 운동 경기력과 정신력을 훨씬 더 향상시킬 수는 있다. 오늘 같은 날엔 물을 자주 마셔서 체내 열기를 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진=Dirima/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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