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앞 1인 시위로 무엇을 얻을까?

의료사고도 억울한데, 자칫 소송 당할 수도...

의료사고 피해자들과 상담과정에서 환자 측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1인 시위를 해도 되는지 여부이다. 반대로 의료인 측은 환자 측이 1인 시위나 인터넷에 명예훼손적인 글을 올리는 경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현행법과 제도상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 측은 의료인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거나 형사상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형사고소를 해야 한다. 물론, 한국소비자원이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같은 곳에서 조정이나 중재를 신청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민형사상 절차를 취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좀 더 쉬운 분쟁해결책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뿐만 아니라 1인 시위는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 나아가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다분히 진료업무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한마디로 1인 시위를 해서 자신의 분도 풀고, 의료인 측으로부터 배상금도 받아 내고자 하는 일거양득의 심리다.

대한민국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된다(헌법 제24조 제1항). 집회(시위)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게 하고,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이다(헌재결정 2003. 10. 30. 2000헌바67.83병합). 집회(시위)의 자유에는 집회(시위) 장소 선택의 자유도 포함한다. 집회(시위) 장소는 집회(시위)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집회(시위)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만 집회(시위)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이다(헌재결 2005. 11. 24. 2004헌가17).

따라서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의료기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함)에서 규정하는 ‘시위’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집시법상 목적, 일시, 장소, 주최자, 참가예정인 단체와 인원, 시위 방법 등을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할 필요도 없다. 집시법상 ‘시위’는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시위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1인 시위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형식은 1인 시위지만, 여러 사람이 번갈아가면서 지속적, 반복적으로 시위를 하는 경우 집시법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권리 행사를 통해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기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경우 그 의료인에 대한 명예훼손 또는 진료업무를 방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1인 시위를 통해 자신의 억울한 상황을 전달하려고 한 행위가 도리어 의료인에 대한 명예훼손, 업무방해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돼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도 있고, 형사 책임이 성립돼 범죄자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인 측에서는 자신의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를 금지하는 것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1인 시위자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신청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가 있다.

결과적으로 1인 시위자는 의료사고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도리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할 뿐만 아니라, 형사상 범죄자가 될 수 있어서 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사고에 대한 분쟁해결방법으로 1인 시위가 최선책이 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 시위를 하지 않으면 화병이 나서 참을 수가 없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질 각오를 하고 1인 시위를 해야 한다.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다. 어머니가 강남의 한 의원에서 정맥주사를 맞고 쇼크로 사망하자, 3남매 자식들이 돌아가면서 의료기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하얀 소복을 입고, 빨간색으로 ‘살인마, 저승병원’이라고 글자를 적은 종이를 몸 앞과 뒤에 붙여서 의료기관 앞에서 걸어 다녔다. 나아가 의료인을 상대로 형사고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의료인 측 역시 유족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 업무방해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년이라는 시간동안 1심 재판이 열렸고, 그 결과 의료인에게 과실이 인정돼 위자료 배상판결이 내려졌지만, 유족들 역시 의료기관에 대한 업무방해가 인정돼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이 내려졌다. 쌍방이 항소를 하였고, 1년이라는 시간동안 항소심 재판이 진행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을 선고하기 전에 양 당사자와 대리인에게 지금까지 모든 분쟁을 종결하는 것을 전제로 각자 민, 형사상 모든 소송 및 고소를 취하하도록 설득하여 분쟁은 끝났다. 양측이 3년 동안 힘들게 싸웠지만 손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소송비용만 전부 날리게 되었다.

또 다른 사례는 3형제가 나란히 법정에 서게 된 사건이다. 막내 동생의 아내가 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의료사고’로 숨졌다. 그런데 병원 측에서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하자, 막내 동생은 매일 술로 시간을 보냈다. 형들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병원을 찾아가서 의료진에 대해 욕설을 하고 기물을 훼손하였다. 결국 3형제는 업무방해죄로 전부 법정에 서게 되었다. 형제간의 우애는 좋았지만, 법정에서 3형제가 나란히 서서 벌금형과 선고유예 등을 선고받는 일은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아들이 의료사고로 다리를 절단하게 되어 의료소송을 제기하였다가 1심, 2심, 대법원까지 전부 패소한 이다. 오전에는 수술 집도의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에서 1인 시위를 했고, 오후에는 소송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였다. 시위를 너무 지속적으로 하여 결과적으로 법정 구속까지 되었다. 그러나 만기출소를 한 이후에 다시 법원과 법률사무소 앞에서 계속해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그분은 ‘시위는 나의 생명이다. 죽을 때까지 시위를 하겠다’고 하였다. 도저히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그 분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얼마 전 지방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면서 도와달라는 연락이 왔다. 사연을 들어보니, 동생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 응급실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 결과 전해질 수치가 좋지 않아서 입원했다. 그런데 다음날 저녁에 간호조무사로부터 주사를 맞고 갑자기 쇼크가 왔고,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직까지 의식이 깨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형은 1인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사정은 딱하지만, 시위하는 것을 도울 수는 없다고 하였다. 병원 측은 바로 시위금지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였고, 법원은 심문기일을 바로 지정하였다. 의뢰인은 전화로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물었고, 필자는 시위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원에 가서 판사님께 ‘동생이 아직 의식조차 깨어나지 않고 있는데 병원에서는 미안하다는 사과한마디 없고 잘못이 없다고만 하는데, 너무 억울해서 시위를 했다, 판사님께서 시위를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겠지만 너무 억울하니 1인 시위라도 하게 해 달라, 그것도 안 된다고 하면 하지 않겠다’라고 변론을 하라고 조언했다.

법원에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피보전권리도 있어야 하지만,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되어야 한다.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시위를 한 주최자가 법정에서 시위를 그만두었다고 하고, 앞으로 시위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대부분 보전의 필요성이 없게 된다.

물론, 재판부는 심문종료일로부터 두 달 정도 경과를 지켜본 다음, 추가적인 시위가 없다면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가처분신청을 기각하겠지만, 조금이라도 시위의 기미가 보인다는 의견서가 제출되는 경우 바로 가처분 인용결정을 한다. 의료인측은 시위를 중단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더라도 시위를 하지 않는 한 항고를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의료사고 발생 시 분쟁 조정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환자 측에게는 신속한 피해구제가 되어야 하고, 의료인에게는 안정적인 진료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의료기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지 않더라도 의료분쟁이 해결될 수 있어야 한다.

2012년 4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설립된 지 어느덧 6년이 지났다. 한동안 필자에게 1인 시위에 대한 상담이 없었던 점에 비추어, 중재원이 이러한 두 가지 목표를 잘 달성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달 갑자기 의료기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고 하니, 그동안 필자의 판단이 잘못 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어느 의사가 필자에게 해 준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환자나 환자 가족 다음으로 치료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바로 의료인이라는 것이다. 의료인 중에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인재 의료 전문 변호사·의료 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대표

[사진=unomat/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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