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바이오 쇼크, X맨은 한국 정부!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국정 과제로 2020년 제약 산업 7대 강국이라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를 이어받아 제약, 바이오, 의료 기기 산업 육성을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기대되면서 제약 바이오 기업 주가도 올랐다. 하지만 제약 바이오 산업의 펀더멘탈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올해(2018년) 주가가 폭락하고 바이오 제약 산업의 미래를 놓고 비관론이 득세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놓고 정부의 미숙한 정책과 오락가락하는 행보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근은 커녕, 기준없는 채찍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은 연구 개발(R&D) 투자 여력이 선진국보다 부족하고 신산업 융합 촉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미비하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걸맞은 대응 전략을 펼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돕겠다.”

지난 5월 제약 바이오 업계 리더 수십 명이 참석한 세미나에서 보건복지부 양성일 보건산업정책국장이 했던 말이다. 정부는 제2차 제약 산업 육성 지원 5개년 종합 계획을 발표하고, 첫 해 2018년에만 무려 432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제약 바이오 업계 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미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던 정부가 제도를 마련하기는 커녕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바이오 산업을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가 바이오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27일 금감원은 일부 바이오 기업에 대해 연구 개발 비용 정밀 감리에 착수했다. 일부 바이오 기업이 연구 개발 비용을 무형 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바이오 기업 연구 개발비 회계 처리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은 없는 상태다. 어떤 기준으로 어떤 방식으로 조사하는지 역시 깜깜이다. 회계 감리에 앞서 기준 마련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바이오협회가 26개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바이오 기업 84%가 연구 개발 회계 처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회계 기준이 아닌 바이오 분야에 적용되는 회계 기준이 따로 마련돼야 한다는 것.

한 바이오 기업은 “일률적인 회계 기준 적용보다는 개별 기업의 실적과 역량을 판단해 회계 처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오 기업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 벤처 기업의 경우 연구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할 시 자본 잠식과 손익 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상장을 통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고 신약 개발 의지가 꺾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초 정부가 천명했던 코스닥 활성화도 물 건너 갔다. 핵심 제약 바이오주가 대거 몰려 있는 코스닥이 활성화되려면 신규 제약 바이오주가 확대되거나 힘을 내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코스닥 활성화를 통해 자본 시장을 혁신하겠다며 벤처 기업 상장과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본부도 “코스닥 시장 키워드는 활성화”라며 “벤처 기업에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벤처에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시그널이었다.

이런 기대감에 투자자는 제약 바이오주에 몰려들었고 주가는 거침없이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제약 바이오 기업에 당근을 주는 대신 채찍을 들었다. 각종 잣대를 들이대며 규제에 나섰고 정부 규제는 바이오 산업 전체에 악재로 작용했다. 코스닥에 상장되는 바이오 벤처 수도, 상장하려는 벤처 기업 숫자도 급감했다.

삼성바이오-네이처셀 사태 자초

올해 바이오 업계 최대 악재는 부정 회계로 대변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와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된 네이처셀 라정찬 회장 사태다.

이들 기업은 각각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으로 개별 기업 리스크임에도 바이오 산업 전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정부가 당시 상장 심사와 관리를 제대로 못해 발생한 사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스피 상장 당시부터 특혜 상장 의혹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된 바 있으며, 네이처셀 라정찬 회장은 과거 비슷한 바이오 기업을 통해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음에도 또 다시 네이처셀이라는 상장 기업을 통해 같은 사태가 재연됐다.

이와 관련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와 금융 당국은 문제를 바이오 섹터 전체로 확대시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과 맞물려 바이오 기업 회계 감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물론, 바이오 벤처 상장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 바이오 업계 인사는 “현재 바이오 업계를 흔들고 있는 여러 사태는 정부가 앞서 철저한 상장 심사와 검증을 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없음에도 바이오 기업 전체를 규제하려는 식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보면 바이오 산업 육성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풍전등화(風前燈火) ‘K-바이오’

정부가 규제에 올인한 한국 바이오 산업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일까. 올해 초 K-바이오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1월 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 바이오 산업 경쟁력이 칠레, 말레이시아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퇴보했다는 평가 결과가 나온 것.

미국 바이오 컨설팅 업체 푸가치 컨실리엄(Pugatch Consilium) 자료를 인용 발표한 한국공학한림원의 ‘코리아 바이오 헬스 도전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바이오 신흥국 가운데 대만, 싱가포르 등과 함께 선도 그룹에 포함됐던 한국은 지난해(2017년) UAE, 칠레, 멕시코, 말레이시아와 함께 추격 그룹으로 하향 평가됐다.

미국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은 2009년 이후 한국 바이오 산업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50여 개 국가 중 한국을 24위로 평가했다.

해당 산업의 활성화를 대변하는 주식 시장에서도 제약 바이오주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 신라젠, 한미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제약 바이오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지수는 최근 6주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 증발한 시가 총액은 무려 21조 원에 달한다.

실제로 바이오 대장주 셀트리온을 비롯 한미약품, 코오롱생명과학 등 바이오 주요 기업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최근 바이오시밀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글로벌 제약사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이틀간 반등에 성공했지만 그 전까지 다른 바이오 기업과 마찬가지로 조정기를 거치면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바이오 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외연 확장으로 이어질 바이오 벤처의 주식 시장 입성도 힘겹다. 최근 한국유니온제약 등이 코스닥에 상장됐지만 2016년부터 이어져오던 바이오 벤처 상장 열풍은 식은 지 오래다.

[사진=alexsl/gettyimagesbank]

송영두 기자 songzi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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