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만족도 4점대, 애끓는 피해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많은 피해자들이 특별법에 의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시행 1주년, 점검 및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산소통, 호흡 보조기 등을 착용한 피해자 다수가 자리를 채웠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06년부터 발생한 미확인 폐 질환의 원인이 2011년 4월 옥시, SK, 애경 등 기업이 제조,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2016년 7월 피해 진상 규명에 착수, 2017년 8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시행했다.

안세창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 과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지원 추진 현황 및 향후 추진 방향’ 발표에서 “그간 특별법에 의한 피해 구제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2일~19일 동안 진행한 피해 신청자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 구제 각 절차에 대한 응답자들의 만족도는 평균 4.25점에 그쳤다.

안세창 과장은 “피해 신청자의 전반적인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향후 피해 구제 범위를 확대하고 이원화된 지원 체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안 과장은 “최근 구제조정위원회, 구제계정위원회 간 만남을 열어 신속한 피해 지원을 위한 역할 조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토론에 나선 지정 토론자, 피해자들은 특별법에 의한 조치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거나 ‘높음’으로 분류된 1~2단계 피해자는 전체 신청자의 8.8퍼센트에 그쳤다. 2017년 8월 조성된 1250억 원 특별 구제 기금 집행률 또한 약 3퍼센트에 불과하다.

송기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당장 1~2년 뒤 생존이 문제인 피해자를 위해서는 통상적인 법의 틀을 뛰어넘은 ‘사회 재난 수준에서의 입증’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3단계 폐 질환 피해자’라 밝힌 한 피해자는 “작년(2017년)에 폐 이식을 한 번 받고도 이식 수술을 한 번 더 받아야 한다는 소견에 따라 현재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는 중”이라며 “특별법에 따른 정식 구제 지원은 아직 받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해당 피해자는 과학적 판단 기준만으로는 제대로 된 피해 지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폐 기능 29’인 자신은 의학적 소견만으로 보면 걸어다니지도 못 해야 정상”이라며 “피해자마다 환경, 노출 상태, 유전자, 생활 습관이 모두 다른 데 어떻게 피해 인정 기준을 과학적으로 결정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김기태 천식 피해자 구제 인정 촉구 모임 대표는 “특별법 제정, 대통령 사과 등 이번 사건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전문가 그룹, 정부, 피해자 간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피해자 모임 차원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피해 구제 조직도, 전문가 그룹 명단을 여러 차례 요구했음에도 이조차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김기태 대표는 “당장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치료를 받지 못 하는 피해자가 너무나 많다”며 “피해자 모임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정부-전문가 그룹-피해자 간 정례 보고회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사진=urbans/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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