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연인, 매몰 비용 때문에 못 헤어져 (연구)

입지도 않은 옷이 벽장에 그득하다.’저게 얼마짜린데…’라며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그 옷을 버리지 못한다면 당신은 이른바 매몰 비용의 오류에 빠진 거다.

매몰 비용의 오류는 사람들이 시간이나 돈을 투자한 선택에 매달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성향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본전 생각에 발을 빼지 못하는 기질인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있다.

본전 생각은 주로 금전과 관련이 있지만, 시간이나 노력 또는 수고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카네기 멜런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는 크리스토퍼 올리볼라 교수는 “연애 관계가 매몰 비용의 오류에 관한 고전적인 사례 중 하나”라며 “오래 사귄 관계일수록 깨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런 심리적인 함정에 빠진다. 처음 세웠던 계획이 더는 효과가 없을 때도 집착한다. 이는 몰려올 후회를 피하려는 일종의 무조건 반사다. 뭔가 투자를 했는데 아무것도 못 얻었을 때, 사람들은 인지 부조화에 빠지는데 여기서 벗어나려는 행동이다. 올리볼라 교수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시간이나 돈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걸 입증하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행동은 비합리적이다. 왜냐하면, 투입한 시간과 돈은 이미 사라졌기 때문이다. 올리볼라 교수는 “그러나 사람들은 손실을 벌충할 수 있다고 자기를 과신하기 때문에 이런 오류에 빠진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심지어 자기 돈을 쓴 게 아닌 일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한다. 예컨대 직장동료에게 비싼 콘서트 입장권을 선물 받았는데, 몸살이 났다. 자기 돈을 들인 것도 아닌데 그 표 값이 아까워서 꾸역꾸역 아픈 몸을 이끌고 공연장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올리볼라 교수는 “사람들이 왜 다른 사람이 치른 대가까지 합리화하려는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그러나 내 돈이든, 남이 돈이든 매몰 비용의 오류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끝난 것은 끝난 것”이라며 “이미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일에 매달리는 건 투자했던 것을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뿐더러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Federico Marsicano/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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