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백 입찰 논란’ 적십자, 의협과도 의견 엇갈려

한 시민 단체가 제기한 대한적십자사의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한의사협회가 ‘대한적십자사의 주장은 맞지 않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한적십자사는 의협이 전문 학회 의견을 취사 선택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5일 용산 임시 회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대한적십자사의 혈액백 관련 의혹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을 발표했다. 의협은 이번 논란의 핵심으로 ▲ 적십자사의 혈액백 입찰에 N사가 수십 년간 단독 납품 혹은 타사와 담합 납품한 점 ▲ 적십자사가 혈액백의 항응고제 함유 포도당 농도 기준을 자의적으로 설정한 점을 꼽았다.

미국 약전 기관은 식품, 의약품의 안전 감사 기관을 수립하는 비영리 기관으로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혈액백 품질 평가에 미국 약전 기준을 따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답변서에 따르면, 미국 약전의 항응고제 내 포도당 기준은 “멸균 처리 후 포도당과 과당 수치를 합한 것”이다. 반면, 적십자사는 고속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방식(HPLC)을 사용한 “멸균 처리 후 과당을 제외한 포도당 수치만을 계산한 것”이 합당한 표준이라고 주장했다.

의협 “적십자 자의적 기준, 국민 건강 해칠 것”

의협은 “본 사안에 대해 전문 학회인 대한수혈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게 의견을 요청했으며 두 학회가 식약처와 같은 의견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두 전문 학회가 미국 약전의 항응고제 포도당 기준을 포도당과 과당을 모두 합한 총량으로 보고 있다는 것.

의협은 “미국 약전의 항응고제 내 포도당 기준은 과당을 제외한 포도당 수치라고 한 적십자사의 주장, 나아가 과당은 적혈구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없다고 한 적십자사의 주장은 모두 잘못됐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적십자사의 기준에 따라 수혈자에게 ‘포도당 5.5퍼센트’ 혈액백이 투입될 경우 건강에 어떤 위해를 끼칠지 아직 연구된 바가 없으며 적십자사는 역으로 이러한 논문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전문가들은 포도당 과량 투입이 혈액백 내 세균 증식 위험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며 포도당의 과량 투입이 안전하다는 논문 또한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의협은 “포도당과 과당을 합산해 계산하지 않는 적십자사의 기준은 아무런 근거 없이 만들어낸 자의적 기준”이라며 이러한 기준이 국민 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했다. 의협은 “정부 감독 기관은 혈액 관리라는 국민 건강의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적십자사 관련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적십자사 “의협, 전문 학회 의견 소극적으로 해석”

적십자사는 같은 날 ‘의협은 왜 전문학회에서 받은 자료를 사실대로 공개하지 않는가?’ 성명을 통해 의협의 문제 제기를 반박했다.

적십자사는 “대한수혈학회는 지난 19일 의협의 의견 조회에 ‘포도당 농도 차이가 세균 증식 등 수혈자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적십자사는 “적십자사, 한마음혈액원, 중앙대학교병원혈액원 등 국내에서 혈액 사업을 주관하는 세 단체는 모두 녹십자 혈액백을 사용한다”며 대한수혈학회가 포도당 측정 방식과 관계없이 세균 증식의 영향력을 크지 않다고 본 사실을 지적했다.

적십자사는 대한수혈학회가 ‘적십자사의 자의적 기준이 국제 기준으로 적합하다’는 의협 질의서에 “부동의”가 아닌 “기권” 의견을 낸 점을 짚었다. 당시 대한수혈학회는 답변 해설란을 통해 “미국 약전, 유럽 약전 등이 채택하는 표준 포도당 측정법은 습식 반응(wet chemisty) 방식”이라면서 “많은 국가가 정확한 결과를 산출하는 HPLC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나 미국 약전은 HPLC 방식의 결과 해석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포도당이 아닌 과당도 적혈구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의협의 주장에 대해 적십자사는 “대한혈액학회에서 발간한 교과서를 비롯한 다수의 국내외 수혈 관련 문헌에 적혈구는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고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적십자사는 “만약 의협의 주장처럼 N사의 혈액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그 사안의 심각성이 매우 클 것”이라며 의협에 ▲ 포도당 농도가 세균 증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근거 ▲ 적십자사의 기준이 자의적이라고 밝힌 근거 ▲ 과당이 적혈구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를 공개 요구했다.

[사진=SebGross/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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