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줄면, 새로운 걱정거리 만든다 (연구)

인류의 역사는 기아를 줄이고 질병을 극복하는 쪽으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도 세상이 점점 나빠진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미국의 하버드 대학, 뉴욕 대학 등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는 이 질문에 대해 상징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푸른색에서 보라색에 걸쳐 있는 수백 개의 점들을 보여준 다음, 각각의 점이 푸른색인지 아닌지 말하도록 했다. 그 결과 (당연하게도) 푸른색이 짙을수록 그 점을 푸르다고 말하는 참가자가 많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연구진이 푸른색 점의 분포를 줄였을 때 드러났다. 푸른색이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점들이 별로 남지 않자, 참가자들이 ‘푸른색’의 정의를 확장하기 시작한 것.

어떤 현상이 줄어들면 그에 대한 개념을 확장하는 경향은 다른 실험에서도 드러났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얼굴을 제시하고 위협적인 얼굴과 아닌 얼굴로 분류하게 했다. 이어 위협적인 요소를 줄였더니 참가자들은 중립적인 얼굴을 위협적인 얼굴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연구 주제를 주고 윤리적인 것과 비윤리적 것으로 구분하게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비윤리적인 주제를 점점 줄이자 참가자들이 ‘비윤리적’인 것의 정의를 확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에 대한 비관은 이런 성향에서 비롯될 수 있다. 지구 온난화든 전쟁의 위협이든, 직면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해결의 희망을 보기보다는 문제를 키워 생각하는 쪽으로 흐르기 쉬운 것이다. 다니엘 길버트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문제가 줄어들 경우, 문제 아닌 것들을 문제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번 연구(Prevalence-induced concept change in human judgment)는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되었다.

[사진=Marcos Mesa Sam Wordley/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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