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의료 규제 혁신 돌풍…원격 의료도 허용?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 기기 산업 규제 혁신을 약속한 가운데 보건 당국이 혁신 성장 과제 중 하나인 원격 의료를 허용하겠다고 나섰다.

의료 현장 규제 혁신을 위해 정부는 ‘소외 계층 후생 증가’라는 카드를 꺼냈다. 보건의료계는 이러한 정부 방침에 의료 민영화, 대형 병원 쏠림 현상 등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 “첨단 의료 기술로 국가 경쟁력 확보해야”

의료 현장 규제 혁신을 위해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혁신 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 기기 분야 규제 혁신 및 산업 육성 방안’ 발표에서 소아 당뇨를 앓고 있는 정소명 군의 사례를 언급하며 “환자에게 도움주기 위해 만들어진 의료 기기를 규제로 인해 사용하지 못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의료 기기 산업계에 낡은 관행, 제도, 불필요한 규제를 혁신하겠다고 약속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같은 날 열린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진전되고 있는 원격 의료 물결을 타지 않으면 한국 의료가 톱(top) 지위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원격 의료 허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능후 장관 역시 원격 의료 기술을 이용하지 못하는 국민 불편을 원격 의료 조건부 허용의 근거로 내놨다. 거동 불편자, 장애인, 오지 거주자 진료를 중심으로 진료의 벽을 낮추자는 것. 복지부 관계자는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국민 전체에 대한 원격 의료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복지부의 기존 입장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고 말했다.

시민 단체 “박근혜 정부 의료 민영화 정책 답습하는 꼴”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 6월 영리 병원, 원격 의료 등이 포함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혁신 성장 규제 개혁 과제에 반대하며 “의료 규제 혁신은 박근혜정부가 추진했던 의료 민영화, 영리화 흐름과 다름없는 조치”라고 반발한 바 있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최근 발표된 정부 방침에 대해 “정소명 군과 같은 사례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안타까운 사안”이지만 “개별적으로 해소되어야 할 예외 사례가 산업 전반의 규제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원격 의료 허용안에 대해서는 “미국과 같이 일차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서 유효한 정책”이라고 했다.

김재헌 사무국장은 “의료 기기, 제약 산업 혁신은 비영리 원칙을 고수해야 하는 병원을 산업계 허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산-병 협력 연구로 얻은 이익이 환자가 아닌 기업에 되돌아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사무국장은 “문재인 대통령, 박능후 장관의 발표는 사실상 경총으로 대표되는 산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헌 사무국장은 “국회 보건복지부 상임위원회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성명 발표, 토론회 개최 등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 단체 “원격 의료, 참된 의료 행위 아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중소 병의원 도산, 의료 질 하락 등의 이유로 줄곧 원격 의료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의료계의 지속적인 반대에 의료인-환자 간 원격 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제18대, 제19대 국회에 이어 제20대 국회에서도 계류 중이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하루 400만 건씩 이뤄지는 국내 진찰 중 갑자기 이동이 어려워져 원격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남극 기지 등 의료인과의 접촉이 극도로 제한된 경우가 아니라면 거동이 불편한 지역 사회 환자는 지자체가 교통편을 제공하거나 왕진을 하는 방법으로 직접 진료를 하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원격 의료가 질 좋은 진찰을 담보해주지 못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성균 대변인은 “원격 의료는 근본적으로 참된 의료 행위라 할 수 없다”며 “원격 의료 도중 발생할지도 모르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환자, 의사가 아닌 국가가 대신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의협은 현재 복지부에 박능후 장관의 발언의 진위 파악을 위한 공개 질의서를 보낸 상태다. 정성균 대변인은 “공개 질의서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떤 형태의 원격 진료에도 끝까지 반대의 뜻을 관철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metamorworks/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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