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길병원 노조 설립, ‘을의 반란’ 합류

각종 갑질에 시달린 가천대길병원 직원이 병원, 기업 노동조합의 무응답에 대항해 새로운 노조를 설립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0일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 설립 총회를 개최했다”고 21일 알렸다. 노조는 “회장 생일에 맞춰 부서별 축하 동영상을 찍고 직원 역량 강화 교육을 명목으로 회장 기념관 견학을 강제하는 등 병원 경영진의 갑질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가천대길병원 직원은 지난 4월말부터 ‘길병원 직원 모임’이라는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자신이 겪은 갑질의 아픔을 나누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고 전했다. 또 “직원들은 채팅방에서 나온 고충 사실을 병원에 설치된 기업 노조, 병원에 전달했으나 그들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6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된 기업 노조는 지난 20일 8명 대의원 간선으로 위원장을 선출했다. 이에 분노한 직원들은 같은 날 천주교 인천 교구 노동 사목에 모여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 설립 총회를 열었다.

새로운 노조는 “가천대길병원의 갑질과 부패, 열악한 노동 현실의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라고 했다. 노조는 “병원에는 출근 시간은 기록하지만 퇴근 시간은 기록하지 않는 출퇴근 관리 관행이 있다”며 “시간 외 근로를 입증하지 못하게 해 공짜 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5월부터 차세대 전산 시스템 정착을 위해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 휴일 근무를 계속하고 있지만 시간 외 근로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고 했다.

노조는 지난 5월 말 언론 보도됐던 병원 임원진의 부정부패도 언급했다. 노조는 “보건복지부 고위 공무원에게 3억5000여만 원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언론 보도뿐 아니라 보직자 자녀에 대한 휴가 제공 등 각종 특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초대 지부장으로 선출된 강수진 지부장은 “가천대길병원은 온갖 직장 갑질, 공짜 노동,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여 있으나 어떠한 개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며 “새롭게 만들어진 노동 조합은 전체 직원의 뜻을 모아 갑질을 청산하고 노동이 존중받는 병원, 부정부패가 없는 병원, 희망을 만드는 병원이 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보건의로노조는 “2017년 ‘촛불의 승리’ 이후 한림대의료원을 비롯한 크고 작은 26개 사업장 단위에 노조가 설립됐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가천대길병원은 십수년 전 민주 노조를 단합해 끝내 좌초시킨 전례가 있다”라며 “만약 새로운 노조로의 가입을 방해하거나 기업 노조를 통한 노노 갈등을 부추긴다면 6만 조합원과 함께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가천대길병원]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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