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미 엠팩 인수합병…한국판 화이자 될까?

SK가 국내 바이오 제약사에 전례가 없는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성공했다. SK바이오텍(글로벌 판매/마케팅)과 SK바이오팜(원료의약품 생산), SK바이오사이언스(백신 개발)를 거느리고 있는 SK는 이로써 의약품 연구 개발, 생산, 판매, 마케팅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종합 제약사로 발돋움하게 됐다.

SK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바이오 제약 위탁 개발 생산(CDMO) 기업 엠팩(AMPAC Fine Chemicals, 엠팩)의 지분 100%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인수 금액을 약 800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의 고부가 가치 원료 의약품 생산 시설을 통째로 인수했던 SK가 고성장 중인 美 업체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함으로써 글로벌 No.1 CDMO 도약을 앞두게 된 것이다.

199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엠팩은 항암제와 중추신경계∙심혈관 치료제 등에 쓰이는 원료 의약품을 생산하며 연 15%이상 고성장 중인 최고 수준의 원료 의약품 제조 기업이다. 미국 내 3곳의 생산 시설과 연구 시설 1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500명 이상의 숙련된 임직원이 근무한다.

엠팩은 특히 미 제약사가 밀집해 있는 서부 지역에 위치해 다수의 유망 혁신 신약 제품 임상 및 완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도 20년 이상 장기간에 걸친 파트너십을 맺어 고도의 기술력과 품질 관리를 요하는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다수의 단독/우선 공급자 지위도 확보해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의 전망도 매우 밝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바이오 제약 시장에서 미국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이번 엠팩 인수를 어느 때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제약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 소비되는 의약품은 자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기조의 규제 강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번 인수가 SK뿐 아니라 대한민국 바이오 제약 업계 전체에 큰 의미를 갖는 이유”라고 말했다.

바이오 제약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SK로서는 이번 인수가 글로벌 시장에서 질적, 양적 도약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라 제약 시장은 연평균 4%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선두 CDMO 그룹은 연평균 16%의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대형 제약사가 의약품 생산을 전문 CDMO에 맡기는 추세인데다 대규모 생산 시설을 보유하지 못한 신생 제약 업체들의 부상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SK가 글로벌 M&A를 통해 임상 단계부터 상업화 단계까지 원료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선두 CDMO 그룹에 조기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SK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인 바이오 제약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랜 목표였던 글로벌 FIPCO로의 도약에 바짝 다가서게 됐다는 것이다.

FIPCO(Fully Integrated Pharma Company)란 연구 개발 뿐 아니라 생산과 판매 마케팅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종합 제약사를 의미한다. 신약 하나로 조(兆) 단위 매출을 올리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FIPCO로의 성장은 국내 제약사에 전례가 없는 도전이다.

SK는 1993년부터 최태원 회장 의지 아래 당장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바이오 제약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혁신 신약 뇌전증 치료제(Cenobamate)가 성공적으로 3상 막바지에 접어든 것은 물론 연내 미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 신청(NDA)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기술 수출 없이 글로벌 임상 3상을 독자 진행한 것은 국내에선 SK바이오팜이 최초다.

SK바이오팜은 미국 법인에 마케팅 조직을 설립하고 업계 최고의 전문가들을 채용함으로써 글로벌 판매 및 마케팅에도 시동을 걸었다. Cenobamate의 연매출은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만 1조 원 이상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통상 특허가 만료되는 10여 년 기간 동안 수익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제2, 제3의 글로벌 혁신신약의 탄생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Cenobamate의 시판이 결정되면 SK 100%자회사인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 SK바이오텍이 신약 원료 의약품 생산에 나서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SK 바이오 제약 사업은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하이 리턴(High Return)을 실현하는 대표적 사례”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FIPCO 등장이 국내 제약 사업의 글로벌 확장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엠팩사. SK제공]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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