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정보 공개…변호사, 변리사는 하는데 의사는 왜?

중대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징계 정보를 공개하라는 공정위의 권고에 의료계가 부당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일 열린 ‘2018년 제1차 소비자정책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보건복지부에 의료법을 개정해 성범죄 등 중대한 법 위반 사실을 정보 공개하도록 주문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2일 ‘의료인 징계 정보 공개, 의료업 접으라는 의미’ 성명을 내고 “의료인에게만 이중적 잣대를 적용해 민감한 개인 정보를 가차 없이 공개하려는 개악에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역시 같은 날 ‘공정위는 당장 의사 개인 신상 정보 공개 요청을 철회하라’ 성명을 통해 의료인이 검진 의사 실명제, 명찰 패용 의무화 등으로 각종 신상 공개 정책에 의해 기본권을 훼손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현행법상 성범죄자는 신상 공개, 취업 제한을 받고 있으며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인은 면허 취소 또는 자격 정지 등 징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어느 전문가 직역에도 적용하지 않는 징계 정보에 관한 이력을 공개하겠다는 발상은 형평성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코메디닷컴’ 취재 결과, 전문직의 징계 정보 공개는 “의료인에게만 적용되는 이중적 잣대”라는 의사 단체의 주장과 달리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등 타 직역에서 오래 전부터 시행되고 있었다.

변호사, 세무사는 각각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세무사회 홈페이지에 회원 징계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두 협회는 징계받은 회원에 대해 성명, 생년월일, 등록 번호, 사무소 주소, 징계 사유 등을 기재한다. 징계권이 특허청에 할당된 변리사의 경우 특허청 홈페이지에 성명, 생년월일, 사무소 주소 등을 포함한 변리사 징계 정보를 공지한다.

이러한 조치는 변호사법 시행령 제23조, 세무사법 시행령 제22조, 변리사법 시행령 제21조에 따른 것이다. 일반 직종에 비해 높은 윤리 수준을 요구하는 대부분의 전문직은 관련법에 의거해 징계 정보를 공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형사 범죄로 인한 금고형 이상의 처벌, 파산 선고를 받은 경우에도 면허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성범죄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의료진에 대한 언론 보도가 다수 이뤄지고 있어 정보 공개는 충분한 상황”이라며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환자의 치료 효과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다수 있는 만큼 의사에게 불필요한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성균 대변인은 “중대 범죄를 포함한 징계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의사와 환자 간 신뢰에 더 도움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법적 처분을 받지 않는 내부 징계 사실을 공개적으로 고시하기보다 내부 교육을 통해 자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 의료인은 2000년 의료법 개정에 따라 낙태, 마약류 취급 등 의료법이 정한 일부 형사 범죄를 제외한 살인, 강간, 절도, 횡령 등 범죄 사실에도 의사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

[사진=Fuss Sergey/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