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시간씩 꿈만 꾼다…백일몽도 병? (연구)

상상은 힘들고 답답한 일상을 버티는 힘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느낄 땐 부자가 되는 꿈을 꾸고, 일에 치일 땐 휴양지에서의 한가로운 한때를 상상한다.

정도가 지나치면 ‘부적응 백일몽(Maladaptive Daydreaming)’이 된다. 공상에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의 도피처로 ‘헛된 상상’에 빠져 지낸다는 것이다.

정신 질환으로 분류되지 않는 백일몽을 질환의 하나로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극단적인 부적응 행동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는 근거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적응 백일몽에 빠지는 사람들은 현실에서 다른 사람과 트러블이 잦거나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정신 질환이라는 설명이다.

이스라엘 네게브의 벤-구리온 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부적응 백일몽을 악화시키는 요인과 이를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백일몽으로 고통 받고 있는 16개국 18~60세 실험참가자 77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행했다. 참가자의 80%는 여성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이 일반적으로 백일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실험 참가자들은 우울 장애, 불안 장애, 강박 장애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진단 항목들에 답했다. 그리고 14일간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그날 하루 경험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나는 현실세계로 돌아가기보단 백일몽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처럼 백일몽 증상을 평가할 수 있는 질문들이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하루 평균 4시간씩 백일몽에 빠져 지냈다. 백일몽에 허비하는 시간이 길고 강렬할수록 강박 장애, 해리성 장애, 불안증 등과의 연관성도 높았다. 특히 강박 장애는 다음날 부적응 백일몽의 강도와 지속시간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 작용했다.

강박 장애와 백일몽은 공통적인 메커니즘을 공유하고 서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된다. 연구팀은 백일몽이 강박 장애의 특수형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를 통해 볼 때 강박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낮은 세로토닌 수치가 부적응 백일몽이 있는 사람에게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세로토닌 수치를 개선하는 치료와 인지 행동 치료 등으로 백일몽 증상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내용(Trapped in a Daydream: Daily Elevations in Maladaptive Daydreaming Are Associated With Daily Psychopathological Symptoms)은 ‘정신의학 최신연구(Frontiers in Psychiatry)’ 온라인판에 5월 게재됐다.

[사진=Antonio Guillem/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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