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은 왜 생존율이 나아지지 않을까

췌장암 환자가 주변에 있으면 절망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암 치료의 경과가 워낙 안 좋기 때문이다. 다른 암들은 생존율이 크게 좋아지고 있지만, 췌장암은 10년 전이나 별 차이가 없다. 췌장암은 왜 치료가 힘들까. 생존율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췌장암은 10년간 생존율 상승도 꼴찌

췌장암은 꾸준히 국내 10대 암에 들 정도로 환자가 많다. 남녀를 합해 6,342건, 전체 암 발생의 8위(2017년 중앙암등록본부)에 올랐다. 환자 수는 늘고 있지만 완치 환자 수는 제자리걸음이다. 반면에 다른 암들은 10년 사이에 완치의 기준으로 삼는 5년 상대생존율이 크게 증가했다.

1993-1995년과 2011-2015년의 5년 상대생존율을 비교해 보자. 전립선암(38.2%p), 위암(32.6%p), 간암(22.9%p), 대장암(21.5%p)의 5년 생존율이 많이 향상됐다. 암 발생 1위인 위암은 1993-1995년 42.8%에서 2011-2015년 70.7%으로 증가해 10명 중 7명이 생존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췌장암은 변화가 거의 없다. 모든 암의 5년 상대생존율이 평균 29.5%p 향상됐으나 췌장암은 1993-1995년 9.4%에서 2011-2015년 10.8%로 고작 1.4%p 증가하는데 그쳤다. 다른 암과 비교하면 10년 동안 암 환자의 생존율을 거의 끌어올리지 못한 셈이다.

2. 췌장암을 가려내는 선별검사법이 없다

췌장은 길이 15센티미터 정도의 가늘고 긴 모양이다. 위장의 뒤에 있어 십이지장과 연결되고 비장과 인접해 있다. 몸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췌장암은 암이 진행된 후에야 진단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정확한 진단이 나오면 이미 40-50% 정도 인근 장기 뿐 아니라, 췌장에서 먼 다른 장기까지 전이된 경우가 많아 수술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다른 암들은 혈액검사를 통해 암을 진단하지만 췌장암은 아직 그런 방법이 개발되지 않고 있다. 혈액검사의 일종인 종양 표지자 검사가 있으나 예측률이 매우 낮아 췌장암을 가려낼 수 없다.

백우현 서울대병원 교수(소화기내과)는 “혈액검사를 통한 종양 표지자 검사는 갑상샘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염증성 대장질환, 췌장염, 담관염 등의 양성 질환에서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적 가치는 낮다”고 했다. 그러나 “유전성 췌장염,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가족성 유방암 증후군 등 췌장암의 고위험 군에서는 CT, MRI, EUS 등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3. 주변 혈관에 암세포가 쉽게 파고들어

췌장은 소장 및 간으로 이어지는 주변 혈관과 밀착되어 있어 암세포가 쉽게 파고들 수 있다. 췌장의 암세포는 성장 속도도 무척 빠르다. 췌장 뒤의 신경과 임파선에도 조기에 전이가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췌장암은 전이가 없더라도 진단이 내려질 때 급격하게 건강상태가 악화되는 환자가 많다. 췌장암은 병이 조금만 진행해도 완치 수술이 어려울 수 있다. 이렇다보니 다른 암에 비해 5년 상대생존율이 크게 낮다.

4.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순 없을까

췌장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려운 대표적인 암이다. 암이 진행되면 다른 암처럼 체중 감소, 식욕 감퇴 등이 나타난다. 대개 6개월 이내에 평소 체중의 10% 이상 줄어든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복통, 황달 등이 꼽힌다. 췌장 바로 뒤에 척추가 있기 때문에 위를 보고 똑바로 누우면 췌장 종양이 척추에 눌려 통증이 발생한다. 따라서 바로 눕지 못하고 옆으로 눕게 된다. 복부 위에서 통증이 생기는데도 등까지 퍼지는 통증이 동반된다.

췌장 머리에 암이 생기면 담즙(쓸개즙)을 운반하는 담도가 눌리면서 담즙 분비에 장애가 생겨 황달이 생긴다. 눈 흰자가 노랗게 변하거나 소변색이 진해져 갈색 혹은 붉은 색을 띠면서 온 몸에 가려움도 같이 생긴다.

5. 물혹, 당뇨병, 만성 췌장염도 주목해야

췌장암이 생기면 당뇨병이 발병하거나 기존의 당뇨병이 악화될 수 있다. 또 췌장염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질병들은 췌장암 발생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당뇨병이나 만성 췌장염을 지닌 사람은 치료와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강창무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간담췌외과)는 “췌장에서 물혹이 발견되면 정기적인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 물혹의 크기가 3cm 이상이거나 물혹 안에 결절이 보일 때, 주췌관 부위기 확장되어 있을 때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했다.

6. 금연은 필수, 비만도 예방해야

흡연량이 증가할수록 췌장암 위험이 높아진다. 간접흡연도 위험하기 때문에 흡연자가 옆에 있으면 담배 연기를 피해야 한다. 흡연자가 췌장암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자의 2.7배 이상이다. 적절한 체중유지, 채소와 과일 섭취 등도 중요하다.

췌장암의 일부는 유전성도 있다. 부모, 형제 중에 50세 이전에 췌장암 환자가 1명 이상 있거나, 발병 연령과 상관없이 2명 이상의 췌장암 환자가 있다면 가족력을 의심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진=Magic mine/shutterstock]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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