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량 의사’ 목줄 죈다

경찰이 의료 범죄 전문 수사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의료 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은 지난 25일 ‘의료 범죄 수사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정기 세미나를 열었다. 발표에 나선 이동규 경찰수사연수원 교수는 부산 남부경찰서 지능팀장을 재직하며 부산 지방 무허가 요양 병원, 성형외과 과장 광고, 의료 급여 허위 청구 등 다수의 의료 범죄를 수사한 바 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의료 분쟁으로 인한 상담은 4만6735건, 실제 조정 신청은 1907건에 달한다. 이동규 교수는 “의료 사고와 그로 인한 형사 고발 건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나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고 승소율이 굉장히 낮은 것이 의료 소송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했다.

이동규 교수는 “그간 경찰 내에서는 의료 분야에 관한 전문 지식이 제한적인 점, 일부 전문 기관의 감정 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한 점, 의료 사고 외 의료 범죄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이 부족한 점 등 의료 사고 수사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 변화가 일어난 계기는 2014년 고(故) 신해철 씨 의료 사고 사망 사건이었다. 이동규 교수는 “당시 피의자는 스스로를 위 절제술 권위자라 칭하며 자신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찰 측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며 “고 신해철 씨 의료 사고를 기점으로 2015년 서울청 광역수사대 내에 의료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의료범죄수사팀이 신설됐다”고 전했다.

이동규 교수는 서울청을 시작으로 일부 지역에 의료 범죄 전문 수사팀이 갖춰지며 “수사 범위를 의료 사고와 기타 의료 범죄를 포함한 폭 넓은 의료 범죄로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수사에서 의료 사고의 원인은 단순히 업무상 과실 치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감염 사망 사건에서도 주사기 분주 행위가 문제가 됐다”며 “이는 의약품 관리, 나아가 의료 기관의 급여 허위 청구 행위와도 관련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규 교수는 의료 사고의 사법적 판단이 의사나 감정 기관의 몫이 아닌 경찰과 검사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과거 경찰은 대한의사협회,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감정 기관이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보내면 그대로 수사를 종결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현재 의료 범죄 수사는 최대한 많은 감정 기관 리스트를 확보하고 의료 감정서 의뢰 시 전문가에게 과실 여부를 직접적으로 질문하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고 했다.

이동규 교수는 “현재 경찰 조직 내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전문성’과 ‘인권'”이라며 “간호사 출신 검시관 외에 의사 출신 전문 인력을 특별 채용하고 전문 의료 수사 매뉴얼을 제작하는 등 경찰 내부에서 수사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여러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사진=Zolnierek/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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