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70만 원 받는 어르신 돌봄 간호사?

[인터뷰] 전용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계속되는 인구 고령화에 노년층의 다양한 생활상, 욕구를 고려한 제도가 등장하고 있다. 2018년 하반기 보건복지부 중점 추진 과제인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는 초고령 사회를 대비한 복지 정책 가운데 하나다.

커뮤니티 케어는 노인,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의료 기관 등이 아닌 해당 지역 사회에서 도움을 받는 제도다. 지난 5월 발표된 ‘2017년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57.6%가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아가기를 원했다. 또 노인의 90% 이상이 생활 보조를 위한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 했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 돌봄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를 위한 지역 자원은 과연 충분할까? 사회보장위원회 산하 커뮤니티 케어 전문위원회 위원으로 참여 중인 전용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나 커뮤니티 케어 제도 추진의 난점을 짚어봤다.

– 우리 사회에서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어떻게 부양할 것인가는 어렵고 또 민감한 문제입니다. 나이 든 부모를 돌보는 자식들이 언젠가는 집과 요양 시설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고들 하는데요. 요즘 상황도 여전한가요?

“그렇습니다. 여전히 많은 가족이 집과 요양원, 요양 병원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노인 돌봄을 집에서 간호를 받는 재가 서비스와 병원, 보건소 등 의료 기관에서 간호를 받는 시설 서비스로 크게 나눈다면, 우리나라는 시설 밖 돌봄 서비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방문 요양, 방문 간호 서비스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단순 가사 노동을 돕는 서비스가 대다수입니다. 노인의 신체 수발까지 돕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 커뮤니티 케어 정책은 노인이 지역 사회의 힘으로 자신이 살던 곳에서 돌봄을 받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커뮤니티 케어를 부족한 재가 서비스를 늘리기 위한 제도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단순히 재가 서비스의 양을 늘린다기보다는 ‘탈(脫)시설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의료 기관에 치중된 돌봄 서비스 전반을 지역 사회로 옮겨오기 위한 시도라 볼 수 있겠습니다. 재가 서비스, 시설 서비스의 중간 단계에 공공 복지 서비스를 두어 활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요양 기관 입소를 최대한 늦추는 한편, 의료 기관의 치료를 받은 어르신이 퇴원 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늘리려는 거죠.”

– 커뮤니티 케어는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오랫동안 추진돼 온 정책이라고 하던데요.

“사실 지역 중심 돌봄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새롭지 않습니다. 자신이 살던 집과 지역 사회에서 계속 생활하고 싶다는 어르신의 욕구는 항상 있었으니까요. 커뮤니티 케어를 추진했던 서구 선진국은 이러한 노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요양원(nursing home)이 제공하는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 즉 의료, 간호, 재활, 물리 치료 등을 집에서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커뮤니티 케어를 전면 도입하겠다는 시도는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 그만한 지역 시스템과 전문 인력이 있을까요? 커뮤니티 케어 추진을 위한 지역 기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복지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로는 지역 구 단위의 ‘지역 사회 복지 협의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아동, 노인, 청소년, 장애인 복지와 관련된 지역 공공 기관 담당자, 민간 서비스 제공 기관 관계자, 서비스 이용자 대표 등이 참여합니다. 협의체 내에서 우리 사회 주민에게 어떤 문제, 어떤 욕구가 있는지, 이를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주요 기관끼리 어떻게 연계 방안을 세울 것인지 등을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4년마다 각 지역별로 지역 사회 복지 종합 계획을 세웁니다.

다만 노인을 위해 가장 중요한 복지 서비스 중 하나는 중풍, 치매 등 중증 질환 관리를 위한 재활, 물리 치료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런 재활 서비스는 장기 요양 보험에서 급여화된 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민간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 보건 당국의 추진 의지가 확고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협력, 사업 추진 체계 등이 또한 중요할 텐데요.

“늘어나는 복지 서비스 수요를 감당하려면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서비스 품질 관리, 서비스 제공 기관 감독을 도맡아야 합니다. 현재는 사례 관리나 민간 기관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 인력이 매우 부족합니다. 정부가 커뮤니티 케어 정책을 추진하려는 이유에는 이런 공공 관리인을 더 양성하려는 목적이 포함돼 있는 것 같습니다.”

– 돌봄이 필요한 지역 주민에게 적절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례 관리자가 공공 영역에 더 많아져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이런 공공 관리인은 주로 어떤 분들이 맡게 되는 건가요?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담당자가 행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인가요, 아니면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일인가요?

“외국의 경우 경력이 많은 선임 간호사, 선임 사회복지사가 주로 사례 관리 업무를 맡습니다. 커뮤니티 케어는 시설에서 제공하는 기본 의료 서비스를 집에서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아이디어라, 선진국에서는 노인 만성 질환 관리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알고 있는 간호사들이 사례 관리자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간호사 자격증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간호사 수가 많지 않을뿐더러, 의료가 아닌 복지 분야의 급여가 상대적으로 낮아 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 간호사 수가 매우 적다는 것입니다. 돌봄 현장에 필요한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면 됩니다.”

– 돌봄 제도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위한 전문 인력은 없는 상태란 말씀이시군요. 결국 다시 인력 문제로 돌아가는 듯합니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계속 늘고 있지만 실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지요.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돌봄의 공백’이라고 부릅니다.

돌봄 서비스 전 영역을 넓혀 보면 사례 관리, 신체 활동 보조, 어르신을 수발하는 일 등 하나하나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때문에 의료 행위를 포함한 전문 지식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전문성을 갖춘 일선 의사, 간호사는 대부분 의료 기관에 속해 있습니다.

전문 의료진을 대신해 돌봄 현장에서 주로 일하는 요양 보호사들은 일이 고되지만 급여나 처우 수준이 좋지 않습니다. 방문 요양 보호사의 경우 대부분 월 70~8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 비정규직 신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요양 보호사 자격증은 통상 240시간 이상 훈련을 받고 시험을 치르면 딸 수 있는데요. 양성 기간이 짧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돌봄 현장 인력을 전문 인력이 아닌 파출부 정도로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병원 파견 간호사, 보건소 파견 간호사, 장기 요양 보험 방문 간호사를 적극 활용하는 제도를 좀 더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장 전문 인력의 처우, 돌봄 노동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 돌봄 현장의 문제점과 관련해 전문위원회에서는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나요?

“이번 커뮤니티 케어 정책은 정부에서 전문가들과의 사전 논의 없이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제시된 느낌이 강합니다. 커뮤니티 케어 추진 소식에 전문가 사이에서도 우려와 기대가 엇갈려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공 보건복지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 공공 주도의 정책이 늘어나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눈앞의 인력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 협의체의 서로 다른 업무 체계, 추진 사업도 누군가 큰 틀에서 조정해줘야 합니다.

이러한 전문가 의견은 커뮤니티 케어 전문위원회를 통해 꾸준히 전달 중입니다. 커뮤니티 케어의 큰 틀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하는 만큼 오는 8월로 예정된 커뮤니티 케어 종합 계획이 어떻게 정돈되어 나올지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사진=Rawpixel.com/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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