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진료는 한국에 안 맞아, 네이버 성공 이유는…”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 “의료 혁신, 별난 한국 특성 살려야”

“한국이 지닌 별난 점이 있습니다. IT 기술은 뒤처졌지만, 우리만의 특수성을 잘 살린다면 분명 좋은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8년간 네이버를 이끌며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 기여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이사가 1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열린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 학술 대회 기조연설에서 의료 서비스가 나아가야 할 길을 놓고 이렇게 조언했다.

한때 글로벌 IT 시장을 선도하던 한국이지만 빅 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은 미국, 중국 등이 빠른 속도로 앞서나가는 상황이다. 네이버를 비롯한 IT 기업뿐만 아니라 신기술로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의료계도 전전긍긍하는 이유다.

김상헌 전 대표는 한국만의 별난 점을 잘 살린다면 토끼 대 거북이 경쟁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대표는 “네이버가 한국 검색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어 특수성 덕분”이라며 “당시 한국어 자료가 많지 않았던 탓에 서로 물어보고 답하는 지식인 서비스를 제공했던 게 사람들을 네이버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는 한국 특수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김상헌 전 대표는 “의료 서비스 혁신에서 한국이 지닌 장점은 의학 기술 수준이 높고, 질 좋은 의료 데이터가 많이 쌓여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의료 데이터는 나라, 인종, 문화마다 다른 특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외 성공 사례를 무작정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라 조언했다. 대표적으로 꼽은 것이 원격 진료다. 김상헌 전 대표는 “외국은 원격 진료 시장이 활발한데 한국은 안 되는 이유가 정말 원격 진료가 금지돼있기 때문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병원이 멀고 진료 예약에 수일이 걸리는 미국과 달리, 코앞에 병원이 있고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한국에서 누가 원격 진료를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김상헌 전 대표는 “경쟁에 뒤처진 상황에서 기술적 역량을 확보하되, 한국의 고유한 색을 담아낸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gettyimagesbank/mediaphotos]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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