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이 “다리 풀쳤다” 병원 찾으면?

북한 이탈 주민은 발목이 삐었을 때 “다리 풀쳤다”고 표현한다. 다양한 문화 차이로 혼란이 있는 탈북민 진료 현장 개선을 위해 의료인들이 나섰다.

15일 통일보건의료학회와 남북하나재단이 춘계 학술 대회를 열어 북한 이탈 주민과 보건의료인을 위한 진료실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북한 이탈 주민은 질병관의 차이, 진료 체계와 용어의 차이 등 때문에 진료실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는 “남북은 질병관이나 보건의료 제도에 있어 차이점이 많다”며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은 무상 치료제가 상당 부분 붕괴됐고, 의료의 양극화가 심각해져 진단받고 처방받는 사례가 많지 않다. 처방이 없이도 장마당에서 얼마든지 의약품 구매가 가능한 ‘장마당 의학’이 성행한다.

통일보건의료학회 전우택 이사장은 “의약품의 오남용이 심각할 것”이라며 “이런 특징 때문에 탈북 후에도 병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본인의 판단에 다라 약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탈북민의 고민

북한 이탈 주민인 민하주 간호사는 남한에서의 의료 기관 이용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우선 의료비 부담이 크다. 붕괴되기는 했지만, 무상 치료제에 익숙한 탈북민에게는 의료비 지출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크며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

용어의 차이 등으로 의료인의 진단 등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기도 어렵다. 체했을 때 “체끼 받았다”라고 말하거나, 발목이 삐었는데 “다리 풀쳤다”고 설명하는 등의 의사소통 문제가 있다. 민 간호사는 트라우마 등 정신 건강에 취약한 탈북민의 특수성을 알아주는 정신 심리 상담과도 부족하다고도 덧붙였다.

의료인의 고민

성균관대학교 의과 대학 김석주 교수는 북한 이탈 주민의 자가 진단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장마당에서 약을 구하거나 민간요법을 사용하곤 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가벼운 질병이나 만성 질환은 이 경향이 더 심해진다. 자가 진단 및 치료는 잘못된 의학 지식으로 건강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증상을 과장해서 호소하는 부분도 있다. 북한의 언어와 뉘앙스 때문에 좀 더 직선적이고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중증 질환이 아니면 치료를 받지 않았던 만큼 진단 인정과 치료를 위해 증상 호소를 과장한다는 것이다. 빠르고 강한 효과를 원해 약물을 오남용하는 사례도 많다.

통일보건의료학회 김신곤 학술이사는 “70년 이상의 분단으로 남북은 모든 부분에서 많이 달라졌다”며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북한 이탈 주민의 남한에서의 진료 경험을 통해 보건의료 영역에서 소통하고 협력하는 연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이탈 주민 환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 정기적인 건강 검진 ▲ 올바른 건강 습관 유지 ▲ 심리 치료 권장 ▲ 보약 남용 자제 ▲ 의료 이용 정보 확인 등이다. 의료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 지속 관리 강조 ▲ 신체화 확인 ▲ 증상 호소 표현 이해 ▲ 꼼꼼한 문진과 신체검사 ▲ 의사-환자 관리 구축 등이다.

[사진=Chinnapong/shu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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