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조작됐다?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 가장 유명한 심리학 실험인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 조작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1971년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이 실시한 감옥 실험은 인간이 천성적으로 타인을 학대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걸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당시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나눠 9명에게 수감자 역할을, 나머지 9명에게 간수 역할을 맡겼다. 실험이 시작되자마자 간수들은 수감자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감옥 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험악해지자 연구진은 6일 만에 실험을 중단했다.

연구진은 멀쩡한 사람도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권한이 생기면 권력을 남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지배를 당하는 사람들은 학대를 받으면 화를 내기보다는 순종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40여 년간 많은 심리학 서적에 소개됐으며, 영화와 다큐멘터리, TV쇼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간 이 실험은 참가자들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등 연구 윤리가 결여됐다는 비판과 함께, 정밀한 과학적 입증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주관적이고 일화적인 결론이라는 지적을 종종 받았다.

그러나 작가이자 컴퓨터공학자 벤 블럼 박사가 미국 인터넷 매체 미디엄에 폭로한 바에 따르면 그 정도가 아니라 실험은 연구진이 거짓과 기만으로 빚어낸 속임수였다.

블럼 박사는 ‘거짓말의 수명(The Lifespan of a Lie)’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기사에서 스탠퍼드 대학교 서고에서 발견된 미공개 녹취를 증거로 제시했다. 실험을 주도했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간수 역할을 맡은 참가자들에게 수감자를 학대하라고 부추긴 내용이 담겨있었다.

당시 실험 참가자로 가장 고약한 간수 노릇을 했던 데이브 에셜먼은 “당시 나의 거친 행동은 일종의 애드리브 연기였다”면서 “연구진이 그런 행동을 원하는 거라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짐바르도 교수가 나를 불러 ‘잘 해주었다’며 고맙다고 했다”고 블럼 박사에게 털어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간수의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해 발작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된 수감자는 거짓으로 발작을 연기했다고 인정했다.

이번 폭로로 학계는 뒤숭숭하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 모든 심리학 교과서에서 스탠퍼드 감옥 실험을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사진=FOTOKITA/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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