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의사가 수술하면 HIV 감염될까?

[인터뷰]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교수

지난 4월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HIV 감염인 인권 침해 예방 가이드라인’을 13개 시립병원에 배포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15년 5월 HIV 감염인에 대한 치과 스케일링을 의료진이 거부한 사례 이후 꾸준히 제기되어온 HIV 감염인 인권 침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HIV 감염인 진료 거부는 환자가 다른 환자에게 또는 의료인에게 옮길 위험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그 반대는 어떨까? 의사가 HIV 감염인이라면, 환자는 그 사실을 알아야 할까? 이 경우는 인권 침해가 아닐까? HIV 감염 의사는 병원에서 진료를 봐도 괜찮을까?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가 바로 이런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 HIV 감염 환자의 진료 거부 사례는 꾸준히 논란이 됐다. 하지만, HIV 감염 의료인 문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HIV 감염 환자는 감염 우려가 거의 없는데도 요양 병원뿐만이 아니라 일반 진료에서도 거부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렇다면, 반대도 따져 봐야 한다. 의료인 가운데서도 분명히 HIV 감염인이 있을 것이고 점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놓고는 관심이 부족한 상황이다.”

– HIV 감염 의료인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

“우리나라는 HIV 감염인을 진단하거나 감염인의 사체를 검안한 의사와 의료 기관 등은 HIV 확인 검사 기관에서 검사를 받는다. HIV 진단 시 소재지 관할 보건소장에게, 보건소장은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HIV 감염 의료인이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된다. 의료 행위 제한 등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

– 현재는 환자와 의료인 가운데 환자만 HIV 감염 사실을 밝히게 되어 있다.

“HIV 감염 환자는 진료 시 감염 사실을 알리는 것이 원칙이다. 의료인을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다음 환자를 위한 조치다. 의료 기구를 소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인은 해당 사항이 없다.”

– 감염자가 아니어도 소독은 해야 하지 않나? 의료 기구 사용으로 HIV가 옮기기도 하나?

“옮길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감염 사실을 알리는 게 원칙이다. 물론 감염자가 아니어도 소독은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원가에서 감염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HIV 환자라면 다음 환자를 위해서 감염 사실은 꼭 알려야 한다.”

– 환자에서 의료인, 의료인에서 환자 가운데 어느 쪽이 감염 위험이 더 높은가?

“의료인이 환자에게 HIV를 옮긴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네 케이스다(2013년 기준). 치과 의사, 정형외과 의사, 산부인과 의사, 간호사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고된 적이 없다. 의료인에서 환자로 HIV가 전파될 확률은 시술-수술 30만 건당 한 건 꼴이다. 환자가 의료인에게 옮긴 케이스는 들어본 적 없다.”

– 의료인이 환자에게 옮길 위험이 더 크다는 지적인가?

“서로 옮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말이다. 영국에서도 처음에는 HIV 감염 의료인 규제가 심했는데, 감염 위험이 워낙 낮아서 규제가 많이 풀린 상황이다.”

– 의료 행위 중 감염 위험이 있는 행위는 뭔가.

“우리나라도 이 ‘감염되기 쉬운 의료 행위’를 규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보통 가장 위험한 의료 행위로 생각되는 것이 수술이다. 수술하다가 의료인이 손을 베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HIV는 혈액으로 감염이 되기 때문에 이때 감염 우려가 있다. 수술 장갑에 구멍이 생기는 경우도 더러 있다. 특히 수술처럼 침습적인 치료의 경우 환자는 자기 신체의 방어막이 깨진 상태에서 혈액으로 전파되는 의료진의 감염 질병에 매우 취약한 상태로 노출된다.”

– 수술 외에 다른 의료 행위는 어떤가?

“각국마다 규정이 다르다. 보통 정형외과 수술, 일반 외과 수술 등을 ‘감염되기 쉬운 의료 행위’라고 규정한다. 일상적인 진료 행위는 대부분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사실 진료 행위 규제는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주마다 규정이 다르지만, 의료인에서 환자로 HIV의 전파가 매우 드물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HIV 감염 의료인에 대해 일상적인 진료 행위에는 전혀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주도 있다. 수술처럼 감염에 노출되기 쉬운 의료 행위를 하는 경우에만 환자에게 의료인이 HIV 감염 상태인 것을 알려야 하며, 전문가 위원회의 의료 행위 허락을 받아야 한다.

영국은 3개월에 한 번 감염 상태를 평가받고 혈액 내 바이러스양이 일정량 이하라면 일상적인 진료는 물론 감염에 노출되기 쉬운 수술 및 시술도 시행할 수 있다. 호주는 좀 더 엄격하다. 치과 의사에 의해 6명의 환자가 감염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호주는 치과 진료 관련 의료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 미국, 영국 등이 HIV 감염 의료인의 의료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지 않는 것을 보면 감염 위험이 매우 낮다고 생각된다.

“특히 영국이 그렇다. 영국은 2014년 5월 ‘HIV에 감염된 의료인의 의료 행위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영국에서는 의료인에서 환자로 HIV가 전파된 적이 없었다. 영국 보건 당국은 감염에 노출되기 쉬운 시술-수술의 경우도 의사로부터 환자로의 전염 가능성은 매우 낮고, 특히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고 있다면 더욱더 그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다.”

– ‘의사의 질병은 환자의 알 권리’라며 모든 의료인의 HIV 감염 여부를 시행해야 한다는 소리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인의 HIV 감염 여부를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으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강제 검사는 감염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가 거의 없기도 하고, 오히려 의료 전문가만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싱가포르, 호주는 의료인이 되려는 학생에게 HIV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감염 여부에 따라 일부 제한 과목을 둔다.”

– 그렇다면 의대생의 HIV 감염 검사는 어떻게 생각하나.

“외과나 정형외과 등 감염에 노출되기 쉬운 의료 행위를 하는 과에 한해서는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단지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의료인이 되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

– 이 이슈와 관련해 HIV가 아주 무서운 병이라는 생각 때문에 ‘인권 침해’보다는 ‘안전’을 외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HIV는 현재까지 효과적인 백신은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발전해 생존 기간도 크게 연장됐다. 일반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9~11년, 에이즈로 진단받은 경우는 6~19개월 정도 생존 기간으로 본다. 하지만 항바이러스제 복용과 감염 치료를 잘 받으면 20~50년 정도까지 살 수 있는 관리 가능한 감염병이다.”

만성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는 HIV는 감염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보통 혈액, 정액, 질 분비액을 중요 감염원으로 보고 있다.

1985~2014년 감염 경로가 밝혀진 국내 에이즈 환자 8886명 가운데 99.3%가 성 접촉에 의한 것이다. 침, 눈물, 땀이나 모기 등 곤충 매개에 의해서도 감염은 일어나지 않는다. 피부 접촉, 호흡, 기침 등도 문제가 없어서 같이 살거나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는 전파되지 않는다. 일상적인 진료 행위에 있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현재 HIV 감염인의 취업이 제한되는 분야가 무엇이 있나?

“현행법에 의하면 HIV 감염인은 그 종사자가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하는 업소에 종사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유흥업소 등 성병 정기 검진 대상 업소에 대한 취업 제한이다. 식품위생법은 감염병 환자의 조리사 또는 영양사 면허 취득을 금지하고 있다. 그 외에 외항선원 등 몇 직업 제한이 있다.”

– 감염 경로 및 위험으로 따져볼 때 조리사나 영양사 또한 의료인 규제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조리사나 영양사도 감염 우려가 거의 없다고 본다. 보고된 바도 없고. 영국처럼 처음에 엄격히 규제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점차 규제가 풀릴 것으로 생각된다.”

박창범 교수는 HIV 감염 의료인의 프라이버시와 환자의 알 권리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는 HIV 감염 의료인의 의료 행위를 어떻게 통제할지를 놓고 법적인 논의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HIV 신규 감염자 수가 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면 앞으로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박창범 교수는 “HIV 감염 의료인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 자체가 HIV 감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사회적 편견도 깨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UfaBizPhoto/shutterstock]

연희진 기자 miro22@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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