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 높여도 독감 바이러스 못 막아 (연구)

습도를 높인다고 해서 독감 바이러스의 활동력을 떨어뜨릴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축축한 환경 속에서는 바이러스가 덜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의과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습도 수준에 상관없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점액이나 기도 분비물이 독감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있을 때 바이러스를 보호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에어로졸을 담을 수 있는 회전하는 금속 드럼통으로 실험을 했다.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미세한 입자가 혼합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사람의 기도 분비물 샘플과 2009년에 유행한 H1N1 독감 바이러스를 결합시켜 만든 혼합물을 에어로졸 형태로 분산시키고 이를 드럼통 안으로도 뿌려 넣었다. 독감에 걸린 사람이 방에 있는 것과 유사한 상황을 만든 것.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방출을 막는 특수 필터가 장착된 드럼통을 1시간 동안 작동시켰다. 집안에 있는 공기가 외부로 빠져 나가는데 보통 1시간이 걸린다.

연구팀은 7가지 다른 습도 수준에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독감 바이러스는 습도 수준에 상관없이 전염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시마 락다왈라 미생물 및 분자 유전학과 교수는 “습도를 높여도 독감 바이러스는 전염성을 유지했다”며 “기도 분비물이 공기를 교환하는 시간까지 바이러스를 보호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 린제이 마르 버지니아공대 교수는 “독감 바이러스가 습도가 낮을 때 더 잘 생존한다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놀라운 결과”라며 “바이러스가 작은 물방울이나 에어로졸 속에 들어 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놓고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독감 시즌에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문손잡이나 키보드, 전화기, 책상 등에 대한 정기적인 소독과 함께 재순환 공기 여과 장치를 설치하고 문이나 창문 등을 열어 공기 교환하는 횟수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Influenza Virus Infectivity Is Retained in Aerosols and Droplets Independent of Relative Humidity)는 6월 7일(현지 시간) ‘저널 오브 인펙셔스 디지즈스(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에 실렸다.

[사진=Africa Studio/shutterstock]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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