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장기’로 신약 실험, ‘슈퍼 휴먼’ 진짜 모습은?

뇌에 칩을 심고, 칩이 전송한 뇌의 신경 신호를 인공지능(AI)이 받아 생각을 소통한다. 나의 장기는 칩 위에 배양돼 아바타 장기로 구현된다. 나이가 들어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 피부에 밀착되는 소프트 로봇이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간의 몸, 장기, 지능까지 미래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된 슈퍼 휴먼의 시대다.

슈퍼 휴먼은 더 이상 머나먼 미래가 아니다. 관련 연구가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슈퍼 휴먼 시대는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지난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서울 바이오 포럼’에서는 생명과학, 기계공학 교수들이 슈퍼 휴먼과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포럼에는 350여 명의 청중이 모여 미래 기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뇌와 인공지능이 생각 공유하는 초지능 사회

뇌에 칩을 심으면 AI와 연결해 생각을 소통할 수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뇌의 언어인 신경회로를 이해해야 한다. 수많은 뇌 신경세포가 보내는 신호의 정체를 알아야 AI가 이를 이해해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밝히기 위한 뇌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대수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는 최근 발견한 소유욕을 일으키는 신경 회로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장난감을 갖고 노는 쥐와 그렇지 않은 쥐의 신경 회로를 비교 분석한 결과, ‘전시각중추(MPA)’라는 신경 회로가 소유욕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김대수 교수는 쥐의 소유욕 신경 회로를 자극하면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도 진행했다. 쥐의 머리에 좌우로 방향을 조종할 수 있는 공을 매달아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을 때 미로를 얼마나 빨리 빠져나오는지 비교하는 실험이다.

신경 회로 자극을 받지 않은 쥐는 먹이나 암컷을 만날 때마다 시간을 지체해 5분이 넘어도 미로를 배회했다. 반면 소유욕 신경 회로 자극을 받은 쥐는 눈앞의 공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따라가 1분 만에 미로를 탈출했다. 신경 자극으로 목표 지향적인 행동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는 수많은 신경 물질 가운데 하나의 신호를 해석한 것으로, 아직 개척해야 할 미지의 영역이 많다. 김대수 교수는 “진정한 슈퍼 휴먼의 시대가 오려면 인공지능의 신호를 뇌에 입력하는 방법 등 개척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미래에는 뇌와 인공지능이 연결해서 여러 가지 일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칩 위에 구현된 ‘아바타 장기’

오간 온 어 칩(Organ on a chip). ‘인공 생체 칩’이라고 불리는 이 개념은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칩 위에 사람의 장기를 배양하는 것이다. 심근 조직을 키우면 실제로 심장처럼 뛰며, 칩으로 3차원 뇌를 구현해 신경 물질이 전달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정석 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인공 생체 칩으로 다양한 미니 장기를 만들고 있다. 정 교수는 “폐 칩은 담배를 피웠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이렇게 미니 장기를 활용하면 원숭이나 쥐에게 실험하지 않아도 실제로 사람 몸에 미치는 반응을 직접 증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 생체 칩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몸속의 모든 장기와 조직을 결합해 인간의 몸과 같은 기능을 하는 아바타를 만드는 것이다. 약물 반응성, 부작용 등을 한눈에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빅 데이터화해 진단에 활용될 수도 있다.

정석 교수는 한발 나아가 미니 장기를 맡겨놓거나 거래하는 시대를 상상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칩으로 만든 아바타 장기는 단순한 의학적 활용부터 궁극적으로 미래의 방향을 바꾸는 핵심 기술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봇을 입는다? 밀착형 소프트 로봇

일반적으로 로봇을 떠올리면 금속 등 단단한 소재로 만들어진 하드 로봇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조규진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유연한 소재로 로봇을 만들고 있다. 일명 ‘소프트 로봇’이다.

소프트 로봇은 인간의 몸에 밀착된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를 극대화해 조규진 교수는 장애인을 위한 소프트 장갑을 개발했다. 많은 장애인이 손이 불편해 일상생활이 힘들다는 점에 착안해 망가지지 않으면서도 가볍게 착용할 수 있는 폴리머 소재의 로봇 장갑을 만든 것이다. 손 전체에 끼는 무거운 하드 장갑과 달리 당구용 장갑처럼 엄지에서 중지까지만 끼면 된다.

인간의 수명은 늘어났지만 몸의 기능은 수명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소프트 로봇은 인간의 활동을 돕는 가장 밀접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조규진 교수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바지 형태의 로봇으로 자유롭게 걷도록 돕거나, 운동 자세를 잡아주는 등 일상 다방면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whiteMocca/shutterstock,김대수 교수 연구팀,정석 교수 연구팀,조규진 교수 연구팀]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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