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기증한 학생, 간이식 의사-간호사가 됐다

서울아산병원에는 ‘부모님 같아서’라는 진심으로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이 있다. 간 기증 경험이 있는 의사와 간호사가 간이식 병동에서 일하고 있다. 최진욱 전문의와 형민혁 간호사다.

2006년 겨울, 당시 고3이던 최 씨는 겨울 간 경화를 앓는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했다. 진학 문제로 한창 고민 많고 예민한 시기였지만, 최 씨는 아버지의 건강상태 악화로 당장 간 이식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간 기증 검사를 받았다. 혹시라도 기증이 부적합 하다는 결과가 나올까봐 오히려 마음을 졸였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간 질환으로 고생하던 아버지를 지켜본 최 씨는 자연스럽게 의료인의 꿈을 키웠다. 간 기증 이후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했고, 현재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에서 전문의로 근무 중이다.

최 씨는 “간이식을 받은 후 회복 중인 중환자를 돌보느라 하루 2~3시간씩 쪽잠을 자야 하지만, 환자들을 보면 모두 부모님 같다”고 말했다.

형 씨도 비슷한 나이인 대학교 1학년 때 간암 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간 일부를 기증했다. 형 씨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B형 간염을 앓았고 간 경화 진단을 받았다. 이후 간암까지 발병해 간 절제술과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1년 후 다시 재발해 간 기증을 받았다. 형 씨 또한 아버지의 투병 생활을 지켜보며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형 씨가 처음 간호사의 길을 선택했을 때, 병원을 자주 다녔던 부모님은 병원 일이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반대했다. 부모님은 3교대 근무를 하지 않는 보통 회사에 취직하길 바라셨지만, 오래 간 질환으로 고생한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간호사의 길을 걷겠다는 형 씨의 결심은 확고했다.

형 씨는 “아버지의 투병과 저의 간 기증 경험은 간호사로서 간이식 환자들을 공감하며 간호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자산”이라며 “간이식 수술을 받았던 아버지 생각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간 질환을 앓은 가족을 지켜봐 왔기에 누구보다 환자의 마음을 잘 아는 두 사람은 항상 따뜻한 말을 잊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4월 서울아산병원에서 간 기증을 받은 50대의 환자는 “간 이식 수술 후의 최진욱 선생님의 항상 조심하시라는 따뜻한 걱정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수술을 받은 60대의 환자는 “형민혁 간호사의 친절한 설명과 잘 회복될 거라는 확신의 한마디가 생각난다”며 “당시 거동도 불편하고 몸이 아파 짜증도 많이 냈지만 아들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는 모습에 남자 간호사에 대한 편견도 사라졌다”고 전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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