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표정은 감정 표현? 사실은 ‘사교 도구’ (연구)

친구와 볼링 시합을 하면서 멋지게 스트라이크를 쳤다. 곧바로 신나고 밝게 웃는가? 아니면 친구의 표정을 살피며 멋쩍은 미소를 짓는가?

전자는 얼굴 표정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 것이고, 후자는 표정을 사회적인 도구로 활용한 케이스다.

최근 영국과 미국 공동 연구팀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얼굴 표정은 두 가지 가운데 ‘사회적인 도구’로서의 기능을 더 많이 한다.

나라와 문화가 각기 달라도 즐거움, 슬픔, 놀라움, 두려움, 혐오 등에 대한 얼굴 표현 방식은 유사하다. 이는 ‘기본 정서 이론(BET)’으로 설명된다. 진화론적으로 사람은 행복, 슬픔, 기쁨, 분노 등의 기본적인 정서들을 표현하는 고유의 얼굴 표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기의 표정을 통해 확인된다. 아직 사회적인 교류를 인지하지 못하는 아기들도 그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사람에게 미소를 짓는다. 싫어하는 음식을 먹을 땐 코를 찡긋하며 혀를 내밀고,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을 땐 눈을 크게 뜨고 놀란다.

하지만 사회생활의 중요성을 인지할 만큼 성숙한 다음부터는 얼굴 표정이 감정을 표현하는 데만 쓰이지 않는다. 미소를 짓는다고 해서 꼭 행복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 때도 웃는다.

누군가를 노려볼 땐 어떨까? 이 역시 화가 났다는 감정 표현일 수도 있지만, 상대방에게 사과를 받고 싶다는 사회적 신호일 수도 있다. 또 무표정은 특별한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상대와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거나 특별한 상호 교류의 의지가 없음을 나타내는 사회적 표현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파푸아뉴기니, 나미비아, 모잠비크에 사는 소규모 토착민을 대상으로 5년간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러한 부분을 재확인했다.

가령 ‘숨이 턱 막히는 듯한 얼굴’은 일반적으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표정이지만, 파푸아뉴기니 트로브리안드에 사는 원주민은 상대를 위협하는 사회적 신호다.

단, 사람은 혼자 있을 때도 다양한 얼굴 표정을 짓는다는 점에서 과연 얼굴 표정이 감정 표현보다 사회 도구로서의 역할이 더 큰지 의구심이 드는 부분도 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혼자 있을 때 짓는 표정 역시 ‘사회 기능’을 배제한 감정 표현으로 볼 수 있을지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런 내용(Facial Displays Are Tools for Social Influence)은 ‘인지과학트렌드(Trends in Cognitive Sciences)’ 5월 1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사진=g-stockstudio/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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