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한 다음 ‘걸음걸이’ 살펴야 하는 이유

걷기는 발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체의 여러 기관이 걸음걸이에 관여한다.

걸음을 걷는 자세, 보폭, 속도 등이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단서가 되는 이유다. 심지어 심리 상태를 예측하는 지표가 될 수도 있다.

긴장하거나 걱정거리가 많으면 걸음걸이가 삐뚤어질 수 있다. 눈을 가리고 걷도록 한 영국 켄트대의 실험에 의하면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원래 목적 지점에서 멀어진 왼쪽 방향으로 걷는다. 이는 우뇌가 두려움이나 불안 등을 관리하는데 에너지를 소진하면서 걸음걸이에 신경 쓰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단순히 음주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술에 취하면 똑바로 걷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 상태일 때는 또 얘기가 다르다. 알코올 중독자는 근력이 저하되고 방향감각이 떨어져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도 휘청댈 수 있다. 발부리가 걸려 넘어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런 사람들은 술을 줄이는 일이 우선이다.

발끝으로 살금살금 걷는 모양새는 어린 아이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수직으로 똑바로 서는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걸음걸이가 교정되지 않는다면 이때는 아킬레스건이 짧아 발뒤꿈치가 바닥에 편하게 닿지 못하는 등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뇌성마비나 근육위축병과 같은 질병으로 근육 이상이 있을 때도 발끝으로 걷는 습관이 생길 수 있다. 자폐증 아이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문제이므로, 아이가 계속 이런 걸음걸이를 보일 땐 병원 검사를 받아보도록 한다.

절름발이라면 어떨까. 예상치 못한 부상이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근육 손상이 절뚝이는 원인일 수 있다. 평소 한쪽 다리에 좀 더 의지해 걷는 편이라면 관절염이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만성 염증성 질환인 다발성 경화증이 있는 사람도 걸음걸이에 이상이 올 수 있다.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발의 감각 자체가 둔해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계단을 오르듯 걷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발이 늘어지는 ‘족하수’가 원인일 수 있다. 발이 아래로 쳐져 발을 높이 들어야만 걸음을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이처럼 걷게 된다. 일반적으로 한쪽 발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데, 간혹 양쪽 발 모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땐 다리의 신경 혹은 뇌나 척추 등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걸음걸이가 느린 것도 문제가 될까? 느린 보행 속도와 높은 치매 위험률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미국 보스턴메디컬센터의 보고가 있다. 우울증처럼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할 때도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보폭은 좁아지며 걸음이 느려질 수 있다. 우울증으로 인한 느린 걸음은 기분 개선과 함께 나아지는데, 반대로 좀 더 활기차게 걸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걸을 때마다 몸이 많이 흔들린다면 병원에서 머리 검사를 받아봐야할 수도 있다. 뇌 손상이 걸음걸이 이상의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가까워오면서 축구를 즐기는 남성들이 많은데, 축구처럼 몸끼리 부딪힐 수 있는 ‘접촉 스포츠(Contact Sports)’가 이런 위험률을 높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Krivosheev Vitaly /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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