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의 갈등

인간은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못한 걸 더 크게 후회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을 연구하는 토머스 길로비치 교수의 최신 연구를 소개했다. 길로비치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등과 함께 의사결정과 행동경제학 분야의 권위자로 손꼽힌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이상적 자아(ideal self)’와 ‘의무적 자아(ought self)’라는 개념에 있다. 전자는 목표와 야망을 모두 충족시킨 자아를, 후자는 해야 할 의무를 이행한 도덕적인 자아를 일컫는다.

조사 결과, 사람들은 의무적인 자아에 대한 후회(28%)보다는 이상적인 자아에 대한 후회(72%)를 훨씬 더 많이 경험했다고 답했다. 즉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못 했기 때문에 후회한다는 것.

연구진은 이런 결과에 대해 사람들이 ‘해야 할 일’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럼 왜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걸까? 예를 들자. 친지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입원했다. 병문안이라는 해야 할 일은 구체적이고 긴급을 요한다. 게다가 하지 않으면 친인척들의 비난을 받는다. 따라서 ‘하고 싶은 일’을 제쳐두고 우선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하고 싶은 일’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때가 많다.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등등. 이 욕망을 실천하지 않는다고 해서 누가 욕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니 뒷전으로 밀린다. 실천하지 못한 ‘하고 싶은 일’들은 마음 한구석에 쌓이면서 소리 없이 영혼을 잠식한다. 그러다가 너무 늦어서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후회’로 터져 나온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길로비치 교수의 조언은 나이키 광고의 카피와 닮았다. “그냥 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려면 어떤 고무나 영감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멘토를 자처하는 자들을 찾아다니고, 자기계발서를 탐독하며 워밍업을 시도한다.

그러나 길로비치 교수는 “영감은 기다리면 생기는 게 아니라, 행동에 돌입한 후에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 예컨대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글을 못 쓰는지 남이 흉을 볼까 봐 시작도 하지 못한다.

길로비치 교수는 “우선, 사람들은 당신에게 별 관심이 없다”면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쓸 시간에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관심을 쏟으라”고 조언했다.

[사진=Rawpixel.com/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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