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막 뚫리면 1000만 죽는다는데…한국은?

[진단] 항생제 내성균, 대책 마련 시급해

현존하는 항생제 가운데 최후의 수단으로 평가 받는 카바페넴이 사실상 내성균에 뚫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가 항생제 내성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2016년 영국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70만 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하고 있다. 2050년에는 연간 1000만 명으로 치솟고 치료 비용은 100조 달러, 한화 10경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조차 무척 보수적으로 잡은 수준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는 항생제가 아예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199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현상을 예측했다. 당시 WHO는 이렇게 전망했다. “25년 후 우리는 항생제가 없는 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항생제가 없어지면 우리는 아주 사소한 감염이나 작은 상처에도 죽을 수 있다. 21세기에 현실화 될 것이다.”

WHO의 우려는 25년이 지난 현재 점차 현실화가 되고 있다. 동아에스티 항생제 담당 임원빈 상무는 “국내 응급실에서 발견되는 균이 카바페넴을 무너뜨렸다”며 “항생제가 없으면 현존하는 모든 치료와 수술이 무의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치료와 수술 전에 내성균에 의해 사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빈 상무는 “2014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0만 명 이상이 내성균에 감염됐고, 그 가운데 최소 2만3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한 바 있다”며 “미국 내에서는 이미 내성균에 대한 컨트롤 타워가 무너졌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항생제는 없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제약 기업은 항생제 개발을 꺼린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항생제 개발이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다. ‘내성이 심각하면 새로운 슈퍼 항생제를 만들면 되지 않나’라는 단순한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 이유다. 전문가들도 공통적으로 “항생제 개발은 일반 신약을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동아에스티 임원빈 상무는 “최근 각광받는 종양학(항암제) 등 일반적인 질환에 대한 소스는 인간 유래 세포”라며 “하지만 내성균은 박테리아(세균)다 보니 인간 유래 세포와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임 상무는 “이 때문에 연구에 필요한 케이스나 모델이 적어서 개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항생제는 내성균 감염 등에 대해 임상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임상을 위해 모집할 수 있는 환자 숫자가 굉장히 적다.

예를 들어,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항생제 임상을 진행한다면 폐렴을 일으키는 수많은 잡균들 중에서 타깃으로 하는 균을 가지고 있는 환자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환자를 찾는 게 쉽지도 않고 찾는다 하더라도 내성균에 감염된 환자는 오래 살지 못해 장기적인 임상 시험이 어려운 상황.

또 다른 이유는 항생제가 생각보다 돈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다른 신약보다 연구 개발이 까다롭다보니 시간과 자본이 많이 투여되지만 막상 개발이 되고 상용화가 되도 투자한 만큼 회수가 안 된다.

실제로 국내 제약사 가운데 항생제를 개발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1970년~80년대만 하더라도 제약사 한 곳에서 2~3개의 항생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현재 대부분 제약사는 항생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임원빈 상무는 “국내 대부분 제약사도 마찬가지지만 글로벌 제약사도 항생제를 개발하는 곳은 드물다”며 “돈이 된다면 제약사가 항생제를 개발하겠지만 결과적으로 투자 규모보다 이익이 남지 않다 보니 항암제나 다른 치료제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주도 항생제 개발 시급

항생제 내성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제약 기업이 항생제 개발에 어려움을 격자 미국과 유럽 등 의약품 선진국은 정부가 나서 여러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의회를 중심으로 2012년 내성균으로 인해 야기된 심각한 감염 치료를 위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제약사에게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만든 GAIN(Generating Antibiotic Incentives Now) 법을 통해 신속 허가, 특허 연장 등의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 또한 2014년 관련 법안(ADAPT)을 통해 여러 지원을 하고 있다.

국내 역시 정부가 지난 2016년 7월 아시아 보건장관회의에서 국제 항생제 내성 감시 체계(GLASS)에 가입하고, 관계 부처 합동으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2016~2020)을 발표했다. 또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가 합동으로 원 헬스(ONE HEALTH)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대책이 부족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허경화 부회장은 항생제 내성 문제는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경화 부회장은 “항생제 내성균 문제는 경제적인 손실이 크기 때문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 부회장은 “이해당사자(정부, 산업계)가 모여서 검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며 “동기 부여를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전략적으로 접근해 직접적 펀딩뿐만 아니라 가격, 연구 지원, 허가 절차 간소화 등을 민관이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gettyimagesbank.com]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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