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자극으로 당뇨 치료하는 길 열려 (연구)

#. 네덜란드의 A씨(53세)는 강박장애를 치료하러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보통의 치료법이 아닌 획기적인 수술을 제안했다. 뇌에 전극을 이식해 뇌 심부조직에서 의사결정과 동기부여에 관여하는 부분을 자극하는 수술이었다. 그 수술은 A씨의 강박장애를 호전시켰을 뿐만이 아니라 놀랍게도 환자가 앓고 있던 2형 당뇨병 증상을 개선시켰다.

카스퍼르 테르호르스트 교수 등 네덜란드 연구팀은 ‘선조체 도파민이 인간과 쥐의 전신 포도당대사 과정에 미치는 영향(Striatal dopamine regulates systemic glucose metabolism in humans and mice)’을 통해 뇌 심부자극술을 통한 당뇨병 치료의 가능성이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뇌의 선조체에 뇌 심부자극술을 시행하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2형 당뇨병 환자의 당 처리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 사례의 A 환자는 매일 226IU의 인슐린을 투여하다가, 뇌 심부자극술을 받은 후 하루 인슐린 투여량이 180IU로 줄었다. 뇌 심부자극술의 영향인지 알아보기 위해 해당 연구진을 찾았고 다음의 실험이 설계됐다.

실험은 뇌 심부자극술 장치를 이식받았으며 당뇨병이 없는 14명의 강박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17시간 동안 심부자극술 장치의 스위치를 끄게 하고, 인슐린 반응을 측정했다. 그 결과, 모든 참가자의 인슐린 감수성이 향상됐다. 심부자극술과 인슐린 감수성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쥐 실험 또한 진행했다. 의사결정을 주관하는 복측선조체를 자극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이 전신의 포도당을 조절하는 데 핵심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10명의 남성에게도 도파민을 소모시키는 약물을 투여 후 관찰했는데, 그들의 인슐린 감수성은 모두 하락했다. 도파민과 혈당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팀은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하여 생쥐의 선조체 뉴런을 자극했다. 그 결과, 신경세포가 더 많은 도파민을 분비했고, 다른 세포들이 생쥐의 혈중 포도당을 흡수하는 속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뇌 심부자극술 등 도파민을 이용한 치료가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포도당과 인슐린의 상승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세포와 장기의 기능이 크게 변형되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에게 뇌 심부자극술을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도파민 활용한 치료법은 언젠가 실행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gettyimagesbank.com/Naeblys]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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